유유𓅨🦋 2026. 1. 26. 17:11
“더구나 초 대인께서도 저를 그리 청렴결백한 인물이라고 여기지 않으셨을 텐데요. 굳이 점잖은 체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 지하 감옥은 수상하리만치 이상했다. 초명윤과 소세예는 길을 돌아나온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 앞쪽부터 기름등이 환히 타오르며 사방을 밝혔다. 눈에 들어오는 곳 가운데 오직 그들이 조금 전 머물렀던 자리만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마치 한 줄기 선으로, 음양의 경계를 갈라놓은 듯 보였다. 안쪽으로 더 들어갈수록 감방이 늘어났고, 두꺼운 문에는 작은 철창이 달려 있었으며, 그 너머는 굳게 막혀 있었다. 사람의 숨결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감방은 텅 비어 있었다. 공기에는 피비린내가 짙게 배어 있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눅눅하게 고인 냄새가 피어올랐다. 주변은 지나치게 고요해, 들리는 소리라곤 두 사람의 발소리뿐이었다.

지하 감옥의 구조는 무척 복잡했고, 갈림길이 사방으로 얽혀 있었다. 초명윤은 감각에 의지해 몇 차례 방향을 틀다가, 한 통로를 빠져나오려던 순간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의 표정이 굳었다. 뒤따르던 소세예가 곁으로 다가와, 바닥에 퍼진 잿더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것 같군요.”

그의 말에는 조롱의 뜻이 없었으나, 초명윤의 입가에 순간 경련이 일었다. “그럼 소 대인께서는 어떤 고견이 있으십니까?”

소세예는 온화하게 웃었다. “무슨 고견이 있겠습니까. 이런 곳은 당신이나 저나 익숙하지 않으니, 그저 나아가며 길을 찾을 수밖에요.” 그는 초명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전장을 오래 겪은 사람의 직감은 대개 더 정확하니, 초 대인께서 계속 앞장서 주시지요.”

초명윤은 고개를 기울여 소세예와 시선을 나눈 뒤, 몸을 돌려 다시 통로 안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더 이상 무작정 움직이지 않고, 이동하는 내내 석벽에 남은 마모된 흔적을 유심히 살폈다. 반 잔의 차를 마실 만큼 시간이 흐른 뒤, 그는 불현듯 손을 들어 소세예를 제지하며 걸음을 멈췄다. 잠시 귀를 기울이던 그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기가 떠올랐다. 그는 왼편에 난 갈림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침 길을 물어볼 사람이 온 듯 한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렷한 발소리가 울렸다. 열댓명의 순위병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두에 선 자가 그들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큰 소리로 외쳤다. “저들을 잡아라!” 발소리 위로 칼이 뽑히는 소리가 겹쳐지며, 번뜩이는 도검이 그대로 덮쳐 왔다.

초명윤은 소세예의 앞을 막아서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참 귀찮게 됐군요. 접선이 망가졌으니, 몸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말은 한없이 가련했으나, 손놀림은 가차없었다. 그는 힘을 크게 들이지 않은 채 순위병의 손목을 꺾어 긴 칼을 아래로 눌렀다. 이어 맞은편의 두 사람을 단번에 꿰뚫었다. 이어 몸을 틀어 내려치는 칼날을 피하는 동시에, 즉각 상대의 목뼈를 부러뜨렸다. 초명윤은 순위병들에게 둘러싸여 난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조금도 궁색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 사이를 누비며 한층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였고, 그렇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옷자락에는 핏방울 하나 묻지 않았다.

상대의 기세가 차츰 누그러지자, 초명윤은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뒤쪽에는 이미 몇 구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는데, 소세예는 여전히 담담한 얼굴이었다. 그는 뒷짐을 진 채 몸을 틀며 병기를 피해다녔고, 잘 벼려진 칼날이 살에 닿기 직전에야 마지못해 손을 내밀어 목을 베고 맥을 끊었다. 그 수법이 어찌나 단정하고 날렵한지,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초명윤은 눈썹을 치켜들고 시선을 거두었다. 소세예를 철저히 조사하기로 한 결정이 실로 옳은 듯했다. 이 경성에서 이토록 문약해 보이는 어사대부가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 훤했기에.

문득, 다른 쪽에서 급히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앞을 가로막은 자를 한 손바닥으로 떨쳐내자, 예상대로 갈림길 쪽에서 또 한 무리의 순위병이 쏟아져 나왔다. 앞서 들이닥친 자들의 공세에 잇따라 합류해, 대열은 순식간에 불어나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가 반사적으로 손을 쓰기도 전에, 소세예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소세예는 그를 이끌고 왔던 길로 급히 물러났다. 초명윤은 영문을 몰랐지만 그대로 따랐다. 순위병들은 다급해져 성큼성큼 뒤쫓아왔고, 도중에도 갈림길마다 무수히 많은 순위병이 튀어나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텅 비어있던 지하 감옥은 순식간에 들끓으며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어디 숨어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소세예는 잿더미가 있는 그 자리에 멈춰 서더니, 석벽을 향해 손을 들어 무언가를 더듬기 시작했다.

초명윤은 벽에 등을 기댄 채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아직 순위가 보이지 않는 뒤쪽을 보며 물었다. “뭘 발견했습니까?”

대답 대신 ‘찰칵’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초명윤이 놀라 돌아보자, 소세예 앞의 석판이 위로 들려 올라가며 하나의 통로가 드러났다. 그 앞에 드러난 길 또한, 기름등이 환히 밝히고 있었다.

말을 꺼내려는 순간, 귀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칼소리가 울렸다. 초명윤은 즉시 반응해 몸을 돌려 기습해 온 자를 걷어찼고, 고개를 들자 순위들이 일제히 덮쳐오는 것이 보였다. 소세예는 그의 소매를 잡아 문 뒤로 끌어당기고는, 소매를 휘둘러 푸른 연기를 흩뿌렸다. 순위들이 급히 물러나는 그 짧은 틈을 타 소세예는 곧바로 장치를 내려 문을 닫았다.

초명윤은 잠시 멍해졌다. 소세예가 텅 빈 자기병을 바닥에 내려놓는 모습을 보며, 의미를 가늠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말했다. “소 대인께서 독을 쓰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요.”

“병법에서도 적을 속이는 것을 마다하지 말라 하지 않습니까. 목적을 이루기 위한, 손실을 최소화한 수단일 뿐입니다.” 소세예는 담담히 웃으며 덧붙였다. “더구나 초 대인께서도 저를 그리 청렴결백한 인물이라고 여기지 않으셨을 텐데요. 굳이 점잖은 체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초명윤은 어느 정도 수긍한 듯 웃고는 화제를 돌렸다. “여기에 숨겨진 길이 있다는 건 어찌 아신 겁니까?”

“추측이었을 뿐입니다. 다행히 맞아들었네요.” 소세예는 앞쪽으로 길게 뻗은 석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방향을 따져보면, 우리가 안쪽에서 본 감방들은 연못 아래에 있었습니다. 순위가 지키고 있었고요. 그곳이 실제 수감 구역일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떨어진 철창은, 아마 처음부터 우리를 노리고 만든 자리였을 겁니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건, 이 자리가 지하감옥 여러 곳과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헌데 이리저리 얽힌 길의 끝을, 굳이 막아둔 이유가 무엇일까요?”

초명윤은 이미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즉, 우리는 처음부터 감옥의 출구 안에 있었던 셈이군요. 그래서 안쪽으로 갈수록 길이 복잡해지고, 아무리 돌아도 출구를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렇게까지 해둔 걸 보니, 송형은 애초에 우리를 여기서 말려죽일 심산이었나 보군.”

소세예는 가볍게 웃더니, 불쑥 말했다. “참.”

“음?” 초명윤이 고개를 기울였다.

“장치는 아직 열 수 있습니다. 초 대인, 나가서 접선을 챙겨 오시겠습니까?” 소세예가 말했다.

초명윤이 물었다. “그걸 왜?”

“이후부터는 변수가 생겨도, 굳이 몸으로 막으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 초명윤은 이런 상황에서도, 소세예가 그가 무심결에 뱉은 한 마디를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미 한 뭉치의 잿더미가 됐을 텐데요. 나더러 당신처럼 마구 흩뿌리기라도 하란 겁니까?”

“접선은 타버렸어도, 초 대인께서 그 안에 박아 넣은 정철은 아직 남아 있을 겁니다.” 소세예는 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 “저는 독을 마구 흩뿌리지 않았습니다.”

“본질은 같지 않습니까.” 초명윤은 발을 옮겨 그대로 나아갔다. “아직 이 몸은 버틸 만합니다. 그러니 접선은 필요 없습니다.”

소세예도 더 언급하지 않고 그를 뒤따랐다.

이 석도는 여전히 고요했지만, 이전과 같은 갈림길이 더는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길은 훤히 트여 있었고, 그 때문에 도리어 초명윤의 마음속엔 묘한 불안이 스며들었다.

차가운 바람 한 줄기가 뺨을 스쳤다. 초명윤이 걸음을 멈추자, 소세예도 역시 그 옅은 바람을 느끼고 물었다. “출구가 가까워진 모양이네요.”

초명윤은 대답하지 않고, 석벽 한쪽의 기름등 하나를 유심히 살폈다. 그 등잔은 꺼져 있었고, 다른 등잔들처럼 기름이 흘러내린 자국도 없었다. 거의 쓰이지 않은 듯했다.

소세예도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더니, 잠시 생각하다가 앞으로 나아갔다.

초명윤의 미간이 순간 움찔했다. “돌아와!”

이미 늦었다. 소세예가 발을 디디는 순간, 발밑의 석판이 갑자기 내려앉았다. 동시에 양옆 석벽의 높은 곳이 열리며, 날선 바람과 더불어 화살비가 쏟아져 내리며 칠흑 같은 그림자를 엮어냈다.

초명윤은 분명히 보았다. 소세예가 고개를 들어 위를 훑어본 뒤에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을. 그는 순식간에 소세예의 뒤로 파고들어 한 팔로 끌어안았다. 동작은 물 흐르듯 매끄럽고 빨랐지만, 화살은 이미 눈앞까지 닿아 있었다. 그는 소세예를 품에 눌러 안고 눈 깜짝할 새에 발을 빼며 몸을 틀더니, 소세예의 미간을 겨냥한 화살 하나를 그대로 어깨로 받아냈다. 그렇게 화살비를 벗어났다.

소세예는 팔에 얽매인 채 몸을 움직이려다, 귀 옆에서 들려온 둔탁한 소리를 들었다. 화살촉이 살을 파고드는 소리였다. 등 뒤의 사람이 미세하게 떨었고, 곧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그는 순간 굳어,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