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4장. 어린 형제는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척조석은 월동문을 나서면 멀지 않은 곳에서 다툼을 벌이는 두 사람을 힐끗 보았고 마음속으로 묵묵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 십 년 동안 노교주를 위해 ‘장생결’의 행방을 찾아 헤맸는데, 보아하니 천문파는 확실히 이번에 치욕을 씻을 기회를 놓치고 나면 이후로는 그를 잡기가 더욱 어려워질까 매우 염려하는 것 같았다. 1
저쪽의 두 사람도 곧 그를 보게 되었다. 두형은 맹사범의 손을 뿌리치고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가 언성을 높였다. “천문파 두형, 특별히 당신께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표현은 정중하나 그 말투는 분명히 원한을 찾는 것이다.
척조석은 흥미 없어하며 말했다. “보아하니 내가 여기 있으면 평안하지 못할 것 같군요?”
“척 대협께서는 십 년을 머리를 움츠린 거북이로 지냈는데, 아직도 이 순간의 평안함이 부족하십니까?” 두형이 불쑥 내뱉었다. 비록 이 사제가 얼마나 참을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뜻밖에도 두 마디로 내막을 드러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맹사범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을 굴려 사방을 훑었다. 아무도 없는 것을 보자 그는 눈빛이 약간 변하여 옆 쪽에 서 있기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서 막지 않았다.
척조석은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 “부족하죠.”
두형은 차게 콧방귀를 뀌었다. “걱정 마시지요. 당신은 곧 크나큰 평안을 누릴 수 있게 될 테니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직접 검을 빼들고 깎아내릴 듯 왔다.
이 사람은 성질이 급한 데다 수법도 맹렬하여 검기가 거센 바람처럼 휙휙 소리를 내며 날아들었다. 척조석은 가볍게 몸을 옆으로 틀어 피했다. 두형은 반응이 느리지 않아, 즉시 방법을 바꾸어 따라잡았다. 순식간에 수십 수가 뻗어 나오자 검기가 몰고 온 돌풍이 평지를 휩쓸어 정원의 풀과 나무가 모두 흔들렸다.
대사형인 맹사범과 달리 두형은 척조석을 처음 보았다. 다만 이 사람은 온몸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나태함을 두르고 있어, 상상 속의 적진을 격파하고 산에 뛰어든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 지금 그가 한 걸음씩 몰아넣으려는데, 상대방은 그를 업신여기는 것인지 아니면 나태함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번갈아 피하기만 할 뿐 검조차 꺼내 들지 않았다.
두형은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더욱 맹렬하게 움직이며 광풍과 비바람이 몰아치듯 급소를 파고들었다. 척조석은 비록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의 재빠른 움직임에 저항할 수 없었다. 거의 그를 검의 그림자와 바람으로 감싸서, 잠시나마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는 마침내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몸을 돌려 두 형의 팔꿈치를 치고, 한 손으로 재빠르게 빈틈을 노려 두 형의 이마를 짚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맹사범은 당황했다.
“이런 식으로 성가시게 굴지 마.” 척조석이 한숨을 쉬며 손으로 가볍게 밀자 두 형은 저도 모르게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머릿속이 윙윙 울리며 약간은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는데, 두렵기는커녕 도리어 사나운 기운이 솟구쳐 재차 검으로 찌르려 들었다.
척조석은 마침내 검을 손에 들었지만 뽑지 않고, 검집으로 일격을 막은 후 손목을 돌려 들어 올렸다. 두 형의 검세가 갑자기 흐트러져 장검이 척조석의 옷을 스치며 미끄러졌다. 그는 즉시 검자루를 거꾸로 쥐고 손을 들어 황자로 베었고, 검날이 상대방의 목덜미에 닿기도 전에 손목을 단단히 붙잡혔다.
두형은 열세에 처한 데다 척조석과의 거리도 가까워서 장검을 돌려 쓰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그는 도리어 바라던 바였다는 웃고 있었고, 눈에는 독기가 서려있었다.
바로 그때, 정원 회랑에서 한 소년이 나왔다.
맹사범은 곁눈질로 이를 보고는 즉시 크게 외쳤다. “두형!”
두형은 그 소리를 듣고 몸이 느려졌지만 척조석은 이런 것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검집을 뒤로 젖혀 기이한 각도로 두 형의 손목에 붙였다. 이 장검이 순식간에 한 마리의 뱀으로 변해 그의 팔을 휘감은 것 같았다. 그는 크게 놀랐지만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척조석이 가볍게 두드리자 쑤시고 저린 통증이 빠르게 흘러들었다. 마치 살아있는 독사에게 호되게 물린 것 같아서 두 형은 움칫했다. 손에 들린 검이 튕겨져 날아가 날카로운 쨍 소리를 내며 회랑 벽에 꽂히자, 색을 칠한 벽에는 한 가닥 균열이 생겼다.
오고 있던 소년은 제때에 물러서서 피했다. 그는 몇 권의 낡은 서적을 품에 안고 있었는데, 누렇게 빛이 바래 부스러질듯한 종잇장이 하마터면 이 검기에 의해 명을 다할 뻔했다.
맹사범은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벽에 꽂힌 검을 뽑고 그 소년에게 사과했다.
두형은 병기를 빼앗기자 팔이 더욱 저리고 아파와 일언반구도 없이 척조석을 매섭게 쏘아보고는 몸을 돌려 그의 대사형 곁으로 돌아갔다. 맹사범은 두형을 힐끗 쳐다보았으나 큰 문제가 없자, 그제야 척조석을 향해 공수하며 외쳤다. “선배님,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령 마음이 달갑지 않더라도 두형은 맹사범에게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척조석은 어처구니가 없어 고개를 가로저으며 회랑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자리에 서서 천문파 소속의 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년은 누군가가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서로 눈빛이 부딪치자 척조석이 돌계단을 오르던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미적거렸다. 사실 이는 결코 놀랄만한 절세의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눈 깜빡이는 사이에 마주친 눈빛이 혼연 한 샘물처럼 맑고 차가웠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놀라진 않았지?”
소년은 대답하지 않고 역으로 허리를 굽혀 땅바닥을 쓸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손가락 사이에 소털처럼 가는 은침 세 개를 쥐고 내밀었다.
척조석은 영문도 모른 채 손을 뻗어 받아 들고서야 소년이 입을 여는 것을 들었다. “방금 당신과 겨룬 사람이 손에 이 세 개의 침을 쥐고 있었어요. 당신이 있는 곳에선 보이지 않았을 테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내가 연루될까 봐 소리를 내어 멈추라고 했습니다.” 말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떠나가려고 했다.
방금 두 형과의 거리에서 만약 이 은침을 맞았다면, 그는 불구가 되지 않더라도 아마 어딘가 불편해졌을 것이다. 척조석은 손가락을 모으더니 갑자기 말했다. “아이고, 신세를 졌군요.”
소년은 뒤돌아서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척조석은 웃으며 물었다. “어린 형제는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이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듯 소년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지 않았다.
비록 이것이 무엇을 망설일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척조석은 참을성 있게 소년이 고민을 끝내기를 기다렸는데, 이때 뒤에서 갑자기 설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뒤돌아서 대답하자 이어서 설락이 월동문을 지나 걸어오면서 말했다. “위 장주가 우리 두 사람을 청하더군. 방금 자네 목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는데, 잘못 들은 줄 알았어. 이상하지. 혼자 여기 서서 뭐 하고 있었나?”
척조석이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그 옆은 역시 텅 비어 있었다. 마치 그 소년은 그저 환영일 뿐인 것처럼.
“왜 그러지?” 설락은 그를 따라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척조석은 시선을 거두었다. “위민이 우리에게 볼일이 있나 보군?”
설락은 다시 웃었다.
위민 일행은 연무장의 높은 대에 있었다. 장 내의 연무대에서는 금속과 돌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는데, 위기가 한 사람과 겨루어 보고 있었다. 눈부신 태양이 높게 걸려 위 가는 땀이 뻘뻘 흘렀지만, 정신을 집중하며 힘껏 장검을 휘둘러 상대를 한 걸음씩 무대 옆으로 몰아붙였다.
척조석과 설락이 막 걸어오자 위민은 즉시 일어나 맞이하며 거처의 음식이 만족스러웠는지를 살뜰하게 물었다. 그렇게 세 사람이 착석했을 때, 연무대 쪽에서 갑자기 비명이 들려왔다. 얼핏 보니 위 가는 숨이 가빠 식식거리며 홀로 연무대 위에 서있었고, 상대는 이미 연무대에서 떨어져 허둥대며 일어났다.
위민은 칭찬의 기색을 보이더니 그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의 이 아들은 자질이 둔한데, 다행히 이번에는 저의 체면을 깎지 않았습니다.” 그가 연무대를 향해 손을 흔들자 위 가는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강호인은 통쾌함을 중요시해서 저도 사실대로 말할 테니, 두 분께서는 언짢게 여기지 마십시오. 저는 아버지로서 작은 사심이 있어 당신들이 그를 좀 이끌어주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너무 신경 쓰실 필요는 없고, 내일 겨뤄서 제 체면이 깎이지 않을 만큼만 부탁드립니다.”
말하는 동안 위 가는 이미 검을 들고 그들 앞에 서서 차례로 몸을 숙여 인사했다.
요 며칠 위 장주가 그들을 더 많이 챙기는 것이 눈에 띄었다. 설락은 원래 좀 겸연쩍어했지만, 이제 위민이 입을 열자 그는 거절하지 않고 응했다. 뿐만 아니라 아예 일어나서 위기의 검을 들고 손짓을 하며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척조석은 나른하게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위민이 입을 열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잡다한 말 몇 마디를 하고는 내일의 신예 시합을 언급하며 말끝마다 그에게 꼭 참석하여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위민은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했고, 척조석은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위민의 마음속의 주판이 탁탁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상대방의 말이 조금도 새지 않을뿐더러 그에게 거절할 여지를 전혀 주지 않으려 드니 어찌하겠는가.
맑게 갠 하늘은 구름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이따금 외로운 기러기가 날아갔다. 척조석은 눈을 내리깔고 위가가 설락의 시연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수시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마음이 살짝 움직여 회랑에 있던 그 소년을 떠올렸다. 고개를 돌린 찰나에 사라진 데다, 그와 설락에 알아채게 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그 소년도 겨우 열일곱 여덟 살인데, 뜻밖에도 이렇게 가벼운 경공을 지니고 있었단 말인가?
저편에 있던 설락은 말을 마치자, 위민은 또 그들 둘을 초청하여 함께 식사를 하려고 했다. 밖으로 나가려는데 위가가 갑자기 다가와서 말했다. “아버지.”
“왜 그러느냐?”
“저……” 위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 어머니를 뵈러 가고 싶어요.”
위민 역시 그를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네가 내일 이겨서 사부님을 모시고 고사를 지내러 가도 늦지 않아. 죽은 사람은 기다릴 수 있지만, 산 사람은 기다릴 수 없다. 설락이 네게 말한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이따가 다시 돌아와서 검을 연습하도록 해라.”
위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얼굴에 흥건한 땀을 닦았다.
- 月洞门 월동문. 정원의 담에 뚫은 아치 형태의 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