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조건은 단 하나, 자오징윈이 반드시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것.
초봄은 선경에서 가장 좋은 계절이다. 거센 바람이 한겨울에 내려앉은 안개와 공장의 짙은 연기를 쓸어가고, 그 아래로 푸르고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황금빛 햇살이 대지 위로 쏟아지고, 한수는 도시를 가로지르며 굽이쳐 흐른다. 강가에는 버드나무 가지가 부드럽게 늘어지고, 그 끝에는 아련한 새순이 돋아났다. 1
한가로이 거니는 행인들 사이로 정장 차림의 어떤 남자가 무거운 검은색 가죽 가방을 들고 주작대로를 빠르게 건넜다. 그는 홍엽가(红叶街)로 꺾어 들어가 139번지 문 앞에 멈췄다. 2
남자는 오른쪽 간판을 힐끗 보고 목적지를 확인했다: 흑석공사(黑石公司).
그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문 위에 걸린 황동 방울이 “띠링” 소리를 내며 울렸고, 프런트 뒤에서 졸고 있던 소녀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물었다. “흑석 개인 경호 회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한 마디를 다 마친 뒤에야 소녀는 졸음으로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떴고, 눈앞의 남자를 똑똑히 보았다.
남자의 외모는 단정했다. 몸에 꼭 맞는 잘 재단된 정장과 윤이 나는 구두까지 갖춘 모습은 보통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미소를 지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손님?”
“펑 씨입니다.”
“펑 선생님, 반갑습니다. 저는 탕쉐(唐雪)라고 해요. 샤오탕이라고 부르셔도 좋구요.” 탕쉐는 프런트 밖으로 나와 소파를 가리키며 손짓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차를 내올까요, 아니면 커피를 내올까요?” 3
“괜찮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죠.” 펑 선생은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당신들 책임자 이름이 자오징윈(赵景昀) 맞습니까?”
“네, 저희 사장님이세요.”
“그럼 그에게 맡길 의뢰가 하나 있습니다.”
펑 선생은 검은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열어 보였다. 가방 안은 지폐 뭉치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탕쉐가 무심결에 세어보려고 하자, 남자가 말을 이었다. “이 안에 든 백만이 선불입니다. 의뢰 총액은 칠백만. 조건은 단 하나, 자오징윈이 반드시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것.”
탕쉐는 겨우 시선을 지폐에서 떼어내며 조심스레 남자를 다시 훑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상냥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 “펑 선생님, 한 가지 미리 알려드릴 점이 있어요. 저희는 비록 용병이라 불리긴 하지만, 제국에 등록된 합법적인 회사입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일은 할 수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탕쉐가 물었다.
펑 선생은 정장 안쪽 주머니에서 한 장의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오늘 저녁 7시, 란도(兰都) 호텔. 의뢰인이 직접 이야기할 겁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나가려다, 문을 열고 한 발 내디딘 채 다시 멈춰 돌아봤다. “탕 아가씨, 자오징윈에게 전해주세요. 이 의뢰에 관심이 있든 없든, 오늘 밤 면담에는 꼭 참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후회하게 될 겁니다.”
탕쉐는 남자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에 들린 명함을 내려다 보았다. 아직 은은한 향기가 남아 있는 정교한 란도 호텔의 명함이었다. 연자로 인쇄된 주소 위에, 만년필로 적힌 방 번호가 있었다. 4
란도 호텔은 선경에서도 손 꼽히는 고급 호텔로, 상류층과 상인들이 협상을 위해 자주 찾는 장소다. 스위트룸은 아늑하게 꾸며진 실내에 방음이 뛰어나, 개인의 사생활이 철저히 보장된다.
대체 어떤 의뢰이기에 이렇게까지 비밀스러운 것이며, 왜 굳이 그곳에서만 내용을 밝히려는 것일까?
탕쉐는 조심스럽게 명함을 호주머니에 넣고, 바로 출입문을 잠구고, 창문도 닫아 영업을 종료했다. 그녀는 가방 옆에 쪼그리고 앉아 꼼꼼하게 돈을 세어 보았다. 백 위안짜리 지폐 백 장이 한 묶음. 도합 백 묶음이니, 정확히 백만 위안이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방을 덮고 양손으로 들고 카운터 뒤에 잘 숨겨두었다. 이어서 몸을 돌려 후원의 훈련장으로 달려갔다.
훈련장은 탁 트인 모래밭에 세워져 있었고, 사방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침 사격 훈련이 진행 중이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나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탕쉐는 인파 속에서 팀의 참모인 팡위(方禹)를 찾아 그의 곁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팡 오빠, 방금 어떤 사람이 와서———”
“쉿.” 팡위는 기록부를 한 손에 들고, 연필을 쥔 다른 손의 검지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며 말했다. 시선은 훈련장을 떠나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
탕쉐도 고개를 돌려 훈련장을 바라보았다. 훈련장 한가운데에는 흑석공사의 책임자 자오징윈이 있었다. 직함에 비해 나이가 어려 보이는 청년이었다. 검은색 전투복이 늘씬한 몸매를 감싸고 있었다. 저격소총은 팔에 얹혀 있었고,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조준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 각도에서 보이는 것은 윤곽이 또렷한 잘생긴 옆얼굴뿐이었다.
훈련장 한가운데엔 태엽을 감은 장난감 기차가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객차 위에는 작은 철제 받침대에 매달린 먹을 머금은 붓이 흔들리고 있었다.
탕쉐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옆에 있는 사람 중 가장 친한 양샤오산(杨小山)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저건 뭐야? 저게 표적이야? 저 붓이?”
“잘 봐봐.” 양샤오산이 고개를 그녀 쪽으로 숙였다. “붓 끝에 먹이 묻어 있지. 목표는 떨어지는 먹물 방울이야.”
“뭐라고?!” 탕쉐는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를 억눌렀다. “이런 미친 수를 누가 생각해낸 거야?”
양샤오산은 살짝 손을 뻗어 그들 뒤쪽의 팡위를 가리켰다. 탕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이해했음을 표시했다. 두 사람은 더 가까이 붙으며 더욱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진짜 무섭다. 여기서 봐도 난 붓 끝이 안 보여.”
“더 무서운 점은 보스가 소총 조준경을 떼버리고, 그냥 맨눈으로 조준 중이라는 거야.” 5
“……” 탕쉐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오징윈의 침착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과연 조준경의 가리개가 없었다.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보스 시력은 도대체 얼마나 좋은 거야? 후원에 서면 프런트에 있는 내가 조는 것도 보일 수준 아니야?”
“어쩌면 그럴지도.” 양샤오산이 웃으며 감탄했다. “이런 시력을 가졌으니 타고난 저격수라고 할 수 있어. 부러워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저격수가 되려면 시력이 좋은 것만으론 부족해. 거리, 바람, 주변 환경, 목표물의 움직임까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지. 그건 혹독한 훈련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고.”
팡위의 목소리가 그들 뒤에서 들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자세를 곧추세우고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더는 잡담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붓 끄트머리에 매달려 있던 먹물 방울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떨어졌다.
탕!
탄알은 찰나에 발사되었고, 맨눈으로 잡아낼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갔다!
탕쉐가 보기엔, 총성이 들림과 거의 동시에 장난감 기차 위로 먹빛의 꽃 한 송이가 터지듯 피어났다. 붓은 한참 흔들리다가 기차의 느린 전진과 함께 다시 안정되었다. 손상은 없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양샤오산은 황급히 달려가 탄두를 주워 팡위에게 건넸다. 팡위는 햇빛을 향해 들고 먹물 자국을 자세히 확인한 후, 기록부에 무언가를 적었다. 6
자오징윈은 저격소총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키가 크고 균형 잡힌 체형이었고, 잘 뻗은 다리로 몇 걸음만에 다가와 물었다. “성적은 어때?”
“큰일났어요.” 팡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시 머리를 싸매고 난이도를 더 높일 방법을 생각해내야 하거든요.”
“다음부터는 조준경이 필요하겠지.” 자오징윈은 웃으며 옆 사람에게 총을 건네고, 탕쉐를 향해 말했다. “무슨 일이야?”
탕쉐는 아까 다녀간 수상한 남자와 칠백만 위안짜리 의뢰 내용을 낱낱이 전했다. 그에 더해 그가 남기고 간 경고도 빠짐없이 전했다.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자오징윈은 의아한 듯 되뇌었다. “날 협박하는 건가?”
팡위가 말했다. “분명 보스를 노린 겁니다. 아는 사람일까요?”
“만약 정말로 나를 안다면, 내가 협박에는 절대 안 넘어간다는 것도 알았어야 해.”
팡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탕쉐에게 물었다. “그 펑 선생이라는 작자의 외모에 어떤 특징이 있었지?”
탕쉐는 곰곰이 떠올렸다. “키는 백팔십 쯤, 생김새는 단정했고, 정장과 구두는 맞춤 제작한 것 같았고, 상표나 장식은 전혀 없었는데, 마치 쇼원도에 세워놓은 모델 같았어요.”
“잠깐, 그 사람 성이 펑이래?” 자오징윈은 문득 무언가 떠올린 듯 말했다.
“맞아요.”
“단서를 잡아낸 건가요?” 팡위가 그의 망설이는 표정을 보며 물었다.
“……아니, 아니야.” 자오징윈은 생각을 거두며 고개를 저었다. “펑 씨 성을 가진 사람에 대해 나는 아는 게 없어.”
“샤오탕, 그 가방 안의 백만 위안 확인해 봤지?” 팡위가 물었다.
“네, 정확히 백만, 전부 진짜 지폐예요. 속임수나 이상한 점도 전혀 없었어요.”
“이상하네. 의뢰 내용도 안 밝히면서 선불로 백만 위안을 지불하다니.” 팡위는 중얼거렸다. “그 가방은 어디에 있어?”
“프론트 안에 숨겨놨어요. 가져올까요?”
“아냐, 이따가 내가 직접 가서 볼게.”
“네!” 탕쉐는 대답하고는 자오징윈에게로 돌아섰다. 두 손으로 란도 호텔 명함을 내밀었다. “그래서, 보스. 가실 건가요?”
자오징윈은 명함을 받아들고, 그 위의 만년필로 쓰인 글씨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완전히 낯선 필체였다. 그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어딘지 모르게 허탈한 듯 명함을 팡위에게 던졌다. “어차피 다른 일정도 없으니, 한 번 만나보지 뭐.”
그가 말할 즈음, 훈련장 중앙에는 고정된 표적이 새로 세워졌다. 다른 요원들은 팡위의 호명하기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훈련을 진행했다. 자오징윈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먼저 훈련장을 떠났다.
그는 다른 요원들과 마찬가지로 흑석공사 기숙사에 머물고 있었고, 방은 일 층 첫 번째 호실이었다. 자오징윈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욕실로 가 샤워를 했다. 훈련복을 갈아입은 그는 젖은 머리를 타월로 닦으며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훈련복의 속박을 벗어난 그가 허리를 살짝 숙이자 목에 걸린 은목걸이가 셔츠 옷깃을 미끄러져 나왔다. 얇은 은사슬에는 반짝이는 은반지가 매달려 있었다. 반지 안쪽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화본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7
‘1224’.
자오징윈은 그 반지를 잠깐 내려보았다가 다시 셔츠 안으로 밀어넣고, 탁자 위의 신문을 집어 들었다.
<선경일보(宣京日报)>의 오른쪽 상단에는 날짜가 인쇄되어 있었다. 서력 930년 3월 19일, 즉 화은(华殷) 제국의 평락(平乐) 17년 음력 2월 10일. 8
오늘의 1면 헤드라인은 서대륙의 전쟁 소식이었다. 엘란티스(埃兰蒂斯) 왕국이 골로(戈洛) 제국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으며, 그 중심에는 증기 비행기가 있었다. 인류의 전장은 처음으로 하늘로 확장된 것이다. 수백 발의 포탄이 굉음과 함께 쏟아졌는데, 마치 하늘의 분노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골로 제국의 군대는 황급히 도망쳤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이로써 비행기의 실용성을 의심하던 여론은 깨졌다. 신문은 엘란티스 왕국에게 축하를 전하며 그들의 항공기술을 극찬했다. 이어 양국이 합작하여 건설 중인 증기 비행선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를 드러냈다.
자오징윈은 그 기사를 읽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에 더는 집중할 수 없었다. 그는 무심히 신문을 다음 면으로 넘겼고, 시야에 들어온 짧은 기사 하나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대륙 전쟁의 여파로 연이어 두 개의 공장이 문을 닫았다는 내용이었다.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공장 앞에 몰려들어 항의했고, 결국 충돌이 일어나 설비가 파손되었으며, 수십 명이 경찰에 체포되어 구금당했다.
자오징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신문을 탁자 위에 내던졌다. 그 순간, 그의 시야를 스친 단어 하나가 눈에 걸렸다. 그는 얼른 신문를 다시 집어 들고, 시선을 고정한 채 집중해 들여다보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단 한 줄의 짤막한 속보가 있었다.
국방부는 군사정보국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그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천천히 반복해서 읽었다. 마치 활자의 틈새에서 어떠한 내용을 더 파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자, 자오징윈은 탁자 서랍에서 책자 한 권과 가위 하나를 꺼냈다. 기사를 조심스럽게 오려낸 뒤, 책자를 펼쳤다. 그 안에는 이미 비슷한 기사 스크랩이 잔뜩 끼워져 있었다. 대부분 국방부 관련 소식이었고, 특히 군사정보국과 관련된 기사는 붉은색 잉크로 밑줄을 그어두었다.
자오징윈은 책자를 처음부터 다시 넘겼다. 스크랩은 서력 927년, 즉 평락 14년 말부터 시작되었다. 앞의 수십 쪽은 온통 인쇄된 활자로 가득하고, 그 뒤로 넘어가서야 간혹 붉은색 잉크 자국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띄엄띄엄 흩어져 있던 붉은색은 서력 929년 여름, 서대륙 전쟁이 발발하면서부터 점차 짙어지고 많아졌다. 이는 마치 눈앞에서 서서히 선명해지는 위험 신호처럼 느껴졌다.
정보 기관이 이렇게 자주 신문에 오르내려서는 안 된다.
이는 곧 신당(新党)과 구당(日党) 간의 투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음을 뜻했다. 더는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대립하는 것이다.
현윤(玄胤) 황제가 <신조법령(新朝法令)>을 반포하고 서구를 본받아 공업화 개혁을 시작한 이래, 화은 제국은 새로운 생기를 얻었다. 공장이 곳곳에 세워지고, 신식 학교와 병원이 주요 도시마다 세워졌다. 철도의 골격이 고대 제국의 대지 위를 뻗어가고, 증기 기관차가 굉음을 내며 힘차게 달렸다.
개혁의 수혜를 입은 가난한 집안 출신의 자제들이 조정에 진출하자, 사람들은 그들을 ‘신당’이라 불렀다. 이들과 맞서는 세가의 귀족들은 ‘구당’이라 일컬었다.
현윤 황제가 붕어한 뒤, 뒤를 이은 승건(承乾) 황제는 아직 정국을 장악할 힘이 있었다. 허나 다음 세대의 정흥(正兴) 황제에 이르러서는 양당의 세력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정흥 황제는 황권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그 시도는 오히려 신당과 구당을 협력하게 만들었다. 두 세력은 손을 잡고 그를 퇴위시켰다.
그리하여 겨우 열 살에 불과했던 평락 황제가 등극하였고, 황권은 철저히 새장 속의 새가 되었다. 조정은 완전히 신당과 구당이 힘을 겨루는 전장으로 변했다.
공업화의 발전과 서대륙 여러 나라와의 교류 덕분에, 그간은 신당이 줄곧 우위를 점해왔다. 하지만 지금, 서대륙은 전쟁에 깊이 휘말렸다. 이로 인해 각지의 공장들이 잇달아 문을 닫게 되었고, 구당은 이 기회를 틈타 반격에 나섰다. 그 반격의 첫 표적은, 신당의 눈과 귀와도 다름없는 군사정보국이다.
자오징윈은 방금 오려낸 짤막한 기사 조각을 책자의 가장 마지막 쪽 페이지에 끼워 넣었다. 그는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초조함을 참지 못하고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올렸다. 머리카락은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아 손에 축축한 물기가 묻어났고, 기분은 더더욱 가라앉았다. 그는 다시 목걸이를 끌어내, 매달린 반지를 손으로 단단히 움켜쥐었다. 뒤이어 몸을 숙여 이마를 반지에 가만히 갖다 댔다. 말없이, 경건한 기도를 올리는 자세로 그렇게 멈춰 있었다.
- 汉水;한수. 후베이성과 산시성에 위치한 강을 뜻한다. [본문으로]
- 朱雀大道;주작대로. 중국 시안시 남북을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를 뜻한다. 주작대로라는 명칭과 도시 계획은 당나라 장안성의 ‘주작대가(朱雀大街)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대 비단길의 핵심통로이자, 국제적인 상업 중심지. [본문으로]
- 중국에서는 ‘小(소)’를 사람의 이름 앞에 붙여 친근감을 표현한다. [본문으로]
- 铅字;연자. 인쇄하거나 타이핑할 때 사용되는 활자를 뜻한다. [본문으로]
- 老大;노대.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하며 권위가 있는 사람을 이름. 첫째를 칭하는 경우에도 사용된다. 원문은 ‘노대(老大)’이나 번역문에 자연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보스로 치환함. [본문으로]
- 弹头;탄두. 포탄이나 미사일 따위의 머리 부분을 뜻한다. [본문으로]
- 花体数字;화본수자. 화본수자는 장식적인 서체로, 숫자의 시각적 표현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용도로 사용됨. [본문으로]
- 西历;서력. 또는 양력을 뜻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