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杯茶/短文

결함缺陷

丹英 2025. 5. 3. 04:33


그 3.45초의 망설임은, 남은 내 생의 전부를 혼란으로 가득 채워버렸다.

내용 태그: 엇갈린 운명[각주:1], 현대 배경의 가상 세계관, 정극

주역: 린안(林安)

한 마디 소개: 나는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

입의: 후회

-


1.

군정보국 3처의 동료들은 여전히 습관적으로 내 옆에서 린안의 모습을 찾곤 한다.

가끔 나도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나보다 3센티 정도 큰 키, 늘씬한 체형은 어떤 옷을 입어도 흐트러짐 없다. 제복이든 트렌치코드는 반듯하게 소화하는 잘생긴 얼굴. 물론 그는 늘 표정을 굳히고 있었기에 낭비였지만.

진지하고, 엄격하며, 자기 관리에 철저함. 그게 내가 느낀 그의 첫인상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바로 몸을 돌려 손을 들었다. “장관님, 파트너를 바뀌주십시오.”

솔직히 말해서, 내게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한 번 보면 도시 지도 전부를 기억해낼 수 있는 기억력을 가졌고, 계산 능력도 뛰어나서 다른 사람들이 계산지 위에서 해맬 때 이미 전보 암호문을 풀고 들어가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만약 규정에 따라 파트너를 정해야 한다면, 술을 같이 마실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하지만 린안은 분명히 내가 숨겨둔 술병을 찾아내고 상부에 신고할 사람이다.

당연하게도 내 요청은 단칼에 거절당했다.

불쾌해진 나는 협조를 거부하기로 했다.

신뢰 사격 훈련 때 나는 과감히 과녁 밑에 앉아 막 전달 받은 암호문을 해석하고 있었다. 총알이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린안에게 점수를 일러주긴커녕 말도 안 붙였다.

결국 그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이야기 좀 할까. 대체 내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건데?”

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털썩 일어나 옷을 털고, 서있는 그를 돌아나가려 했다. 그 순간 그가 참지 못하고 내 팔을 거칠게 잡아 과녁에 나를 밀쳤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철판에 부딪혔다. 뒤이어 그가 무어라 말을 쏟아냈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얼굴을 찌푸리며 아프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놀란 듯 급히 손을 놓았다.

나는 머리를 문지르며 잠시 그를 바라보았고, 품에 손을 넣어 리볼버를 꺼냈다. 탄창은 가득 찬 상태였다. 한 발을 꺼내고 다시 닫은 뒤, 총구를 그의 앞에 들이밀며 말했다. “러시안 룰렛, 네가 이기면 받아들일게.”

맞다,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나는 그가 화내고 돌아서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이마를 총구에 갖다 댔다.

결국, 내가 먼저 총을 내던졌다. 그가 이긴 것이다. 나는 정말이지 그를 어쩔 도리가 없었다.


2.

비록 우리 둘 다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나와 린안은 최고의 파트너라 불렸다.

합동 작전이든, 암호 해독이든, 협력만큼은 늘 1등이었다. 딱 하나, 심리 평가에서만 둘 다 ‘0점’을 받았다.

심리 상담사는 정기적으로 팀원들과 면담을 했다. 파트너끼리 방음실 한 칸을 함께 쓰는 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겉보기엔 정신 건강을 위한 배려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감추어진 감정의 틈새를 엿보기 위한 감시였다. 우리는 대충 건성으로 대응했고, 마지막 문제에서 발이 묶였다.

“성적 환상 속 인물은 누구입니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질문.

설마 대답하면 배정이라도 해주려는 걸까?

심리 상담사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진지하게 답변해주세요.”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저는 임무 중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쾌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천재에게 성적 욕구따윈 필요 없어요.”

린안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기다리다 지쳐 팔꿈치로 그를 툭 찌르며 속삭였다. “빨리 말해. 대답만 하면 우린 나갈 수 있어. 아무나 대충 말해. 민망한거면 내가 대신 네가 안 된다고 말해줄 수도 있고?”

그가 드물게, 나를 흘겼다.

그렇게 우리는 둘 다 태도 부분에서 0점을 받았다.

방음실을 나선 후, 린안이 불쑥 말을 걸어왔다. “천재?”

그 말엔 조금 웃음기가 섞여 있었는데,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려 본 그의 표정은 여전히 평소 그대로였으니까. 바로 옆 복도를 지나가던 녀석이 낄낄대며 말했다. “천재는 무슨, 쟤는 인격 장애 환자라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시선을 주지 않고, 린안에게 대꾸했다. “그 말이 맞아. 도덕성 결여에 공감 능력은 낮고, 감정 지각력은 거의 없거든. 그래서 나는 군정보 3처에 딱 맞는 사람인 거지.”

“일반 사회에서는 이질적인 존재지만, 여기선 내가 천재야.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없으니까.”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그의 복잡해진 표정을 애써 무시했다.


3.

그 일 이후로, 린안과 나는 몇 번 정도, 감정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이인실 구석에서 몰래 술을 마셨고, 린안은 마주 앉은 채 그걸 못 본 척했다. 우리가 무사히 파트너로 지낼 수 있었던 건, 아마 이런 식의 무언의 합의 덕분이었다.

그는 내게 ‘사랑’이란 걸 설명하기 위해 꽤 애를 먹었다. “가장 단순하게 말하자면, 누군가와 키스하고 싶다거나, 심지어는……”

“자고 싶다?” 내가 뒷말을 채워주자, 그는 조금 어색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빈 술병을 던지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사랑의 기준이라는 거야? 옆방 그 녀석은 눈만 마주쳐도 너랑 하겠어.”

린안은 말이 없었다. 결국 그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이 문제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스스로 답을 찾은 건지도 모른다. 그날 우리는 오래된 건물에 틀어박힌 채, 새로 부임한 장교를 감시하고 있었다. 나는 저 멀리 건물 창문을 향해 스코프를 고정한 채 정신을 곤두세웠다. 깊은 밤이 되자, 그는 불쑥 다시 그 주제를 꺼냈다. 나는 무심하게 쏘아붙였다. “왜 또 그 이야기야. 천재는 감정이 필요하지 않다니까.”

린안은 아무 말 없이 내 어깨를 잡고, 고개를 돌려 내가 그를 바라보게 했다.

나는 영문을 몰랐다.

그리고 그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몸을 숙여, 갑작스레 내게 입을 맞췄다.

입술이 닿는 순간, 박하 향이 먼저 퍼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내 안에 스며들었다. 그와 동시에, 가느다란 전류 하나가 등줄기를 따라 서서히 타고올랐다. 너무 좋았다. 멈추기 싫었던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 순간, 그는 마치 제어를 잃은 듯, 내 어깨를 움켜쥔 손가락이 경련할 정도로 힘을 주었다.

기나긴 입맞춤이 끝난 뒤, 그는 교수에게 정답을 확인받으려는 학생처럼 진지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어땠어?”

나는 짧게 곱씹고, 가장 솔직한 말로 답했다. “좀 달콤했어.”

그는 다시 침묵했다. 다만 어째서인지 귀뿌리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4.

린안은 끝내 나에게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군관의 배신은 예상한 일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것은 그가 안배해둔 수였다. 나는 여느 때처럼 고층 빌딩에서 저격을 맡고 있었고, 그는 린안을 인질 삼아 문 밖으로 나왔다. 그의 손에 들린 권총은 린안의 관자놀이를 겨누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피투성이였다.

귓속 이어피스 너머로 장관이 욕설을 뱉었고, 눈 앞의 군관이 총을 내려놓으라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는 파트너의 목숨을 대가로 총을 버릴 것을 요구했다.

나는 처음으로 스코프를 통해 린안을 보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놀랄만큼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그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겁니다. 절 인질로 삼아봐야 소용없어요.”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망설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3.45초의 망설임은, 남은 내 생의 전부를 혼란으로 가득 채워버렸다.

-

임무가 끝난 후, 기숙사에서 린안의 물건들이 모두 치워졌다.

장관은 한결 가벼운 말투로 내게 말했다. “축하하네. 드디어 파트너를 바꿀 수 있겠어. 이번엔 자네 계급에 맞춰 원하는 사람을 직접 고를 수 있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그로 가득했다. 고장난 영사기처럼, 끝없이 린안을 재생하고 또 재생했다.

나는 도무지 억누를 수 없었다. 피범벅이 된 그가 내 품에 안겨 마지막으로 말하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끝없이 되풀이되었다. “사랑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다고 여겨지는 말이, 그의 입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처럼 흘러나왔다.

내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나는 알 수 없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완.



  1. 阴差阳错: 우연한 원인으로 일이 잘못되거나, 뜻하지 않게 틀어짐을 뜻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