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는 선명 37년이었다. 이때부터, 고대 제국은 비로소 세계의 전모를 알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모습에 계단 쪽으로 사라지자, 후근 업무 건물 지하 1층은 다시 고요해졌다. 창고 관리인은 손에 든 명품 담배를 몇 번이고 매만졌다. 다시 그것을 코끝에 가져가 깊게 한 모금 들이마시고는, 만족한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 한 개비의 값만 해도, 그의 월급 반을 넘었다.
관리인은 지체 없이 당직실로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성냥을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입에 문 채 한 모금 들이마셨다. 그러자 만족스러운 콧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는 몸을 깊숙이 등받이에 기댄 채, 담배를 한 모금 또 한 모금 피워 끝까지 태웠다. 온몸에서 힘이 빠지고, 뼈마디까지 흐물흐물해지는 기분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잠시 후, 계단 쪽 어둠 속에서 조용히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났다. 량옌은 종이 상자를 안고 복도로 들어섰다. 창문 너머 당직실 안에서 깊이 잠든 관리인을 바라보다, 한 손을 비워 창문을 두드렸다.
똑똑. 소리가 고요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관리인은 안락의자에 몸을 뉘인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깨어날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는 종이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관리인의 체중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담배에 든 마취제는 그를 고작 삼십 분가량 잠들게 할 뿐이었다.
량옌은 회중시계를 주머니에 다시 넣고, 천천히 검은색 장갑 한 켤레를 꺼내 착용했다. 이어 당직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는 관리인의 허리춤에서 작은 열쇠를 가볍게 떼어내 서랍을 열었다. 손잡이가 긴 열쇠 두 개가 놓인 위치를 기억한 뒤에야 손을 뻗어 그것들을 꺼냈다.
먼저 연 것은 예비 물자 창고의 대문이었다. 량옌은 느릿느릿 줄줄이 늘어진 선반 사이를 오가며, 먼지가 쌓인 물자들을 훑어보고 가장 최근에 입고된 상자들을 찾았다.
창고의 물자는 종류별로 나뉘어 정돈되어 있었고, 매우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량옌은 실험용 물자의 라벨을 찾아 해당 선반을 확인했다. 선반 위에는 얇은 먼지 한 겹이 쌓여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상자 하나하나의 상태를 꼼꼼히 점검했다. 결국, 이 실험용 물자는 적어도 한 달 넘게 아무도 손대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 확인됐다.
입고 기록부에 등록된 소위 실험 기재는 이곳에 입고되지 않았다.
량옌은 인내심을 가지고 예비 물자 창고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는 다시 문을 잠그고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십 분이 지나 있었다. 그의 시선은 옆에 굳게 닫힌 폐기 물자 창고로 향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구리 고리에 달린 또 하나의 열쇠를 꺼내 구리 자물쇠를 열었다.
코를 스치는 것은 썩은 먼지 냄새였다. 마치 오래된 묘지처럼, 폐기 물자 창고 안에는 잡동사니가 무질서하게 쌓여 있었다. 부서진 탁자와 의자, 기구들이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량옌은 문 앞에 멈춰 서서 잠시 귀를 기울였다. 창고 안에서는 다른 사람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남은 먼지 자국을 유심히 살폈다. 흐트러진 발자국 위를 밟으며, 천천히 창고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구석에는 너비가 넓은 나무 상자 다섯 개가 서로 맞닿은 채 나란히 놓여 있었다. 상자 겉면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고, 양옆에는 붓글씨로 큼직하게 ‘실험 기재’, ‘취급주의’라 적혀 있었다.
량옌은 첫 번째 상자의 뚜껑을 살짝 들어 올렸다. 안에는 볏짚이 두툼하게 깔려 있었다. 그는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손을 깊숙이 넣어 두툼한 볏짚을 헤쳤다. 아래쪽에서 흰색이 보였다. 그것은 가득 채워진 솜이었다. 그는 손을 더 깊이 넣어 안쪽을 더듬었다. 마침내 단단한 물체의 모서리에 손이 닿았고, 그 가장자리를 잡아 꺼내 들었다. 흰 백자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약색은 고르고 맑은 윤기가 돌았다.
그가 고미1를 알지 못한다 해도, 이 정도의 선도와 이런 포장 방식만 보아도, 그것이 하나의 진귀한 골동품이라는 건 알아볼 수 있었다.
량옌은 상자 안의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넣고 뚜껑을 덮었다. 이어 다른 상자들도 확인했다. 그 안에도 조각이 정교한 옥여의2며, 보석이 박힌 금관이 들어 있었다. 그는 의아해했으나 손은 멈추지 않았고, 네 번째 상자에 손을 얹는 순간 문득 멈칫했다. 그것은 텅 빈 상자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상자 뚜껑을 들어올렸다. 역시,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다시 몸을 숙였다. 희미한 빛을 의지해 상자 한쪽 나무판을 들여다보자, 그 위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이 발자국은 크고 넓었으며, 남성의 것이었다. 특수 제작된 미끄럼 방지 무늬가 새겨진 밑창을 보아, 전투화였다.
량옌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허둥대긴, 신발 갈아 신는 것도 잊고?”
그는 몸을 일으켜 상자 뚜껑을 덮었다. 나머지는 그대로 두고, 다시 예비 물자 창고를 나와 자물쇠를 걸었다. 당직실로 돌아가 긴 열쇠를 서랍에 넣고, 작은 열쇠는 깊이 잠든 관리인의 허리에 다시 걸었다. 마지막으로 고장 난 타자기를 담은 상자를 안고 지하 1층을 나섰다.
관리인은 발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는 몽롱한 상태로 정신을 차리더니,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언제 잠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유리창 너머로, 량 선생이 상자를 안고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오래 자진 않았군.
관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중 나가며 량옌의 손에서 상자를 받아들었다.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량 선생은 정말 일 처리가 빠르시네요. 벌써 기계를 가져다주시다니. 그런데, 오시는 길에 이쪽에서 나가는 사람 혹시 못 보셨나요?”
량옌은 멍한 얼굴로 답했다. “못 봤습니다.”
“그래요, 그럼 됐어요.”
“뭔가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닙니다.” 관리인은 화제를 돌리며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량 선생, 안목이 좋으세요. 그 담배 향, 정말 끝내주던데요!”
량옌은 웃기만 하고, 더는 말을 잇지 않은 채 곧장 수업하러 돌아갔다.
관리인은 당직실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서랍을 열자, 긴 열쇠가 그의 습관대로 안에 놓여 있었다. 그제야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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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오후 역사 수업 시간, 자오징윈은 다시 량옌을 보았다.
그는 책을 품에 안고 교실로 들어섰다. 오늘은 진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그 덕에 피부는 더욱 희고 창백해 보였다. 기품도 한층 뚜렷해졌다.
어제의 흰 셔츠보다도 그에게 더 잘 어울렸다.
막 그렇게 생각하던 참에, 량옌은 교탁 위에 섰고,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자오징윈은 슬며시 고개를 숙여 그의 시선을 피했다.
점심 시간이 갓 지난 때라 학생들은 하나같이 졸음에 젖어 있었다. 량옌의 부드럽고 안정된 목소리는 더욱 깊은 잠을 부추겼다. 수업이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는 이미 책상 위에 머리를 파묻고 잠에 들었다.
한여름 오후의 열기는 사람을 쉽게 나른하게 만들었다. 창밖 플라타너스의 짙은 녹음이 교실 안으로 번져들고, 수업은 어느새 현윤 황제의 개혁 시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자오징윈은 교과서를 들추지도 않은 채,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멍한 시선으로 교탁 위의 인물을 바라보며, 모두가 익히 아는 역사의 한 장면을 들었다.
유명해에 가로막혀 단절된, 천 년의 세월 동안 화은 제국은 자신들이 딛고 있는 이 땅만이 세상의 전부라 여겨 왔다. 제국은 당연한 천하의 주인이었고, 남쪽의 여러 섬나라들은 해마다 조공을 바치며 그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다 어느 날, 기적3 소리가 울렸다. 한 무리의 함대가 바다 안개를 뚫고 유명해를 건너 이 대륙에 도착한 것이다.
그 해는 선명 37년이었다. 이때부터, 고대 제국은 비로소 세계의 전모를 알기 시작했다.
엘란티스 왕국의 함대는 자국의 자랑인 공업품을 황제에게 진상했다. 그러나 선명 황제는 그 거칠고 둔중하며, 뜨거운 흰 증기를 뿜어내는 강철 기계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중 간신히 눈에 든 시계 하나를 몇 번 들여다본 후, 황자에게 툭 던져주듯 하사했다.
칠황자 기중광(姬重光)은 시계 바늘이 따다닥 움직이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직접 시계 뚜껑을 열었다. 맞물려 돌아가는 수많은 톱니바퀴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짜인 정밀한 기계 장치, 황동빛으로 빛나는 낯선 세계가 그 안에 있었다.
선명 황제는 병세가 악화되고 있었고, 황자들 간의 황위 쟁탈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었다. 이 무렵 기중광은 서대륙으로 유학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황위 다툼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선명 황제는 이 총명하고 말수가 적은 아들을 각별히 아꼈다. 처음에는 말렸지만, 기중광의 뜻은 확고했고, 다른 황자들의 세력 또한 암묵적으로 이를 부추긴 탓에 결국 그는 증기범선을 타고 길을 나섰다.
그 시절 항로는 여전히 불안정했고, 유명해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증기범선의 성능 또한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 여정은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기중광은 무사히 서대륙에 도착했고, 1년의 유학을 마친 후 평안히 귀환했다.
야사에 따르면, 항해 도중 폭풍우가 몰아치던 한밤, 기중광은 갑판 위에 서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이내 천둥과 번개가 멎고, 풍우가 양옆으로 갈라지며, 범선은 조용히 그 사이를 지나갔다고 한다. 배에 타고 있던 자들이 무릎을 꿇고 외쳤다. 이는 하늘의 뜻이라.
“이러한 이야기는 그가 귀국해 다시 황위 다툼에 뛰어들었을 무렵에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량옌이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정치적 선전의 일환이었죠.”
어찌 되었든, 기중광은 돌아왔다. 1년간의 유학 끝에 그는 엘란티스의 릴리안 여황과 돈독한 사이가 되었고, 그와 함께 돌아온 것은 정련된 강철 갑주와 장총, 포탄이었다.
선명 황제는 병석에서 회복되지 못했고, 기름은 바닥났고, 등불은 꺼져가고 있었다. 당시의 태자는 참지 못하고 삼천의 친병을 이끌고 자미궁(紫微宫) 4에 들이닥쳤고, 그 앞에 놓인 것은 단 삼백 명의 기중광 친위대였다. 총성이 터졌고, 연기 속에서 전태자는 무참히 패했다.
기중광은 번개처럼 내리꽃히는 기세로 반역 세력을 진압했고, 선명 황제의 유조를 받들어 즉위했다. 그는 연호5 를 ‘현윤(玄胤)’으로 고쳤다.
현윤 황제는 조심스럽고 속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으며, 성급히 제도를 뒤집지 않았다. 먼저 2년의 시간을 들여 군대를 개편하고, 무기를 정비해 병권을 확고히 장악했다. 그리고 군사정보국을 설립해, 특권을 휘두르며 세도 가문 자제로 가득 찼던 금의위를 견제했고, 이를 차츰 오늘날의 안전국으로 개편해 나갔다.
이로써 그는 절대적 권위를 갖게 되었고, <신조법령>을 공포하며 무역항을 대대적으로 개방하고 엘란티스 왕국과 동맹을 맺어 산업화의 문을 열었다.
제국 전역에 철도가 놓였고, 대도시가 번창했으며, 가스등이 찬란한 밤을 밝혔다. 군 고위층과 귀족 가문 사이에서는 귀한 전기를 사용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량옌은 물을 뜨러 교실을 나갔고, 학생들도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가며 몸을 풀었다. 자오징윈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무심한 표정으로 자리에 기댔다.
교실을 나서 복도에 이르자, 쑹하오첸이 옆자리의 정위화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야, 너랑 자오징윈 이틀째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있는데, 진짜 절교할 거냐?”
정위허는 다른 아이들을 슬쩍 훑어보며 말했다. “왜 나한테 그래? 너희는 왜 안 가서 말 안 거는데?”
“그야, 정 대소저께서 모범을 보여주셔야지.” 다른 아이들이 웃으며 거들었다.
쑹하오첸도 말했다. “아니면 네가 먼저 가서 사과할래?”
“내가 왜 사과해야 되는데?” 정위허는 곧바로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지가 먼저 싸가지 없이 굴었잖아. 내가 왜 붙어서 사과를 해?”
“그럼 둘이 계속 이렇게 가는 거야?”
“그게 뭐 어때서?” 정위허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착한 척하긴. 너희 중에 진짜 걔랑 놀고 싶은 사람 있어? 맨날 이건 안 되고 저건 틀렸다 그러고, 지 혼자 잘난 척만 하지. 재미없어.”
“상황 따라 다르지. 농구할 땐 난 좋아.”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웃기시네. 넌 그냥 이긴 쪽 편드는 거잖아. 그날 밤 당구 칠 때 걔 안 나왔을 땐 뭐라고 했더라?”
“말은 그렇게 해도.” 쑹하오첸은 정위허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걔 아버지 생각해서라도 사이 틀어지면 곤란하잖아.”
정위허는 짜증이 난 듯 고개를 돌리며 혀를 찼다.
쑹하오첸은 말을 이었다. “생각해봐. 걔 아버지가 너희 집 은행에서 돈 다 빼면, 너 집에서 무사하겠냐?”
“……” 정위허는 시선을 되돌렸고, 얼굴은 한층 어두워졌다.
“이제 좀 생각이 드냐?”
정위허는 더욱 짜증난 듯 말했다. “그래서 내가 사과하면서 뭐라고 해야 되는데?”
쑹하오첸은 그가 물러섰다는 걸 알아차리고, 곧바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 마. 내가 먼저 말 꺼낼게. 넌 옆에서 맞장구만 쳐. 그냥 이번 일은 이걸로 끝내자.”
정위허는 한 번 그를 보고, 또 다른 아이들의 눈치를 살핀 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합의한 뒤, 몇 사람은 교실로 돌아갔고, 정위허는 마지못한 걸음으로 자오징윈의 자리까지 따라갔다. 역시나 먼저 입을 연 것은 쑹하오첸이었다. “징윈, 아직도 화났냐?”
자오징윈은 그들이 다가오는 분위기를 보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고, 말소리를 듣고 시선을 들었으나 아무 대꾸 없이 그대로 있었다.
“어제 우리가 잘못했어. 우리끼리 이야기해봤는데, 진짜 장난이 좀 심했더라. 앞으로는 안 그럴게. 미안하다, 됐지?”
쑹하오첸은 말하면서 옆의 정위허를 팔꿈치로 슬쩍 찔렀다.
“아, 그래. 앞으로는 안 그럴게.” 정위허도 마지못한 태도를 보였다.
자오징윈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 량 선생님한테는 사과한 거지?”
“내가—?!” 정위허는 당장이라도 소리칠 기세였고, 옆의 아이들이 황급히 그를 눌러 앉혔다.
쑹하오첸은 정위허를 밀어내며 웃는 얼굴로 상황을 수습했다. “사과하지, 해야지. 아직 못 했을 뿐이야. 어떻게 할지 의논 중이었어.”
그들은 정위허를 밀고 끌며 복도로 나갔다. 그러자 정위허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자오징윈, 이거 진짜 끝까지 가보자는 거지?”
“이거 어떡하냐, 그럼 진짜 그 선생한테 가서 사과해야 되는 거임?”
“걔가 보는 앞에서 해야겠지. 안 그러면 우리가 진짜 사과했는지 어떻게 알겠어?”
쑹하오첸도 골치 아픈 얼굴이었다. “이건 너무 쪽팔린 거 아냐?”
“어차피 창피할 사람은 나잖아.” 정위허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손을 뿌리치고 교복을 매만졌다. 그리고 복도 건너편에서 물컵을 들고 돌아오고 있는 량옌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오지랖 많은 계집애 같은 놈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좋아, 제대로 사과해주지 뭐.”
- 古玩; 고미. 도자기나 옥기, 서화 따위의 옛 기물을 통칭한다. 일반적인 ‘골동품’보다 ‘품격 있는 옛 물건’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본문으로]
- 玉如意; 옥여의. 뜻대로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S자형 옥 장식. [본문으로]
- 汽笛; 기적. 증기나 압축공기를 이용해 울리는 경적 소리. 주로 기차, 배 등에서 출발·경고 신호로 사용된다. [본문으로]
- 紫微宫; 자미궁. 고대 중국에서 하늘의 중심, 곧 황제가 머무는 별자리로 여겨졌던 곳. ‘천자의 자리’를 상징한다. [본문으로]
- 年号; 연호. 황제가 정한 해의 이름. 한 왕조의 시대를 가르는 이름표이자, 통치의 뜻을 드러내는 표식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