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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장.

이제는 그 자신도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걸까? 수업 시간, 자오징윈의 시선은 자꾸만 교탁 위의 량옌에게로 향했다. 그의 얼굴에서 실낱 같은 단서라도 찾으려는 듯. 연기 속 그 사람의 눈빛은 평온하고 냉담했지만, 량옌의 눈매는 늘 낮게 깔려 있었다. 마치 사람과 눈을 마주칠 엄두조차 못 내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위축된 인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량옌이 이쪽을 힐끗 훑어봤다. 시선이 맞닿자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눈꺼풀을 내리고 교과서를 읽어 내려갔다. 그제야 자오징윈은 정신을 차렸다. 선생님을 이렇게 빤히 바라보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인 그는 조용히 책장을 넘겼다. 정위허가 교내 병원에 머물며 요양하게 되자, 그의 소동도 잦아들었고, ..

7장.

“소 대인, 단수하셨군요.” 초명윤은 팔을 풀어 소세예를 놓아주고 곧장 화살을 뽑아 옆으로 던졌다. 그의 얼굴은 핏기가 가셔 창백했지만, 찌푸린 미간을 제외하면 표정 변화는 거의 없었다. 어깨에서 번져 나오는 검붉은 피를 한 번 훑어본 그는 담담히 말했다. “괜찮습니다. 독을 없는 듯하니.” 그는 두 손가락으로 혈도를 눌러 지혈한 뒤, 길게 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역시 말은 함부로 뱉는 게 아니었네요. 버틸 수 있다 장담해 놓고, 결국 내 몸으로 당신 앞을 막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래도 기관이 있는 걸 보니, 길은 맞았나 봅니다.” 초명윤은 바닥에 꽂힌 화살들을 힐끗 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그는 소세예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 ..

2장.

침상엔 휘장이 빈틈없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틈새로 드러난 눈처럼 하얀 팔에는 군데군데 채찍 자국이 선명했다. 유난히 가는 손목은 뼈가 도드라져, 먹색 소매가 도리어 넉넉해 보일 지경이었다. 양 대부는 손가락을 살짝 그 손목에 얹었다. 미간을 찌푸린 채, 이따금 낮게 중얼거렸다. “난처하군. 난처해.” 그때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가?” 양 대부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고, 자신을 ‘모셔 온’ 이 공자를 바라보았다. 용모는 수려했으나 얼굴에 서린 냉기가 심상치 않아 차마 눈길을 오래 두지 못했다. 그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환자 몸의 채찍 상처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만, 내상이 깊고 기혈 손상이 심합니다.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누가 그의 상처를 고쳐 달라 했나?” 사운천은..

试读 2026.01.29

1장.

날이 막 밝을 무렵, 산림 사이에 엷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사운천(谢云川)이 한 차례 검법을 수련하고 나서야 안개가 걷혔다. 그는 아래로 펼쳐진 산천과 운해를 굽어보았다. 아근(阿谨)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곁에 시립해 있던 동목(桐木)이 때맞춰 따뜻한 차를 올렸다. 사운천은 수건으로 손을 닦은 뒤, 찻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이며 물었다. “조여의(赵如意)는 어떻지?” “우호법은……” 동목이 그 몇 글자를 뱉자, 사운천의 시선이 그를 스쳤다. 극히 가벼운 눈길이었지만, 동목은 등에 식은땀이 맺혔다. 며칠 전 교주가 화를 냈을 때, 우호법을 ‘하찮은 검 노예’라 부른 일이 떠올랐다. 그는 차마 그 말을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그런 말이 우호법의 귀에라도 들어가면, 토막 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몰..

试读 2026.01.28

6장.

“더구나 초 대인께서도 저를 그리 청렴결백한 인물이라고 여기지 않으셨을 텐데요. 굳이 점잖은 체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 지하 감옥은 수상하리만치 이상했다. 초명윤과 소세예는 길을 돌아나온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 앞쪽부터 기름등이 환히 타오르며 사방을 밝혔다. 눈에 들어오는 곳 가운데 오직 그들이 조금 전 머물렀던 자리만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마치 한 줄기 선으로, 음양의 경계를 갈라놓은 듯 보였다. 안쪽으로 더 들어갈수록 감방이 늘어났고, 두꺼운 문에는 작은 철창이 달려 있었으며, 그 너머는 굳게 막혀 있었다. 사람의 숨결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감방은 텅 비어 있었다. 공기에는 피비린내가 짙게 배어 있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눅눅하게 고인 냄새가 피어올랐다. 주변은 지나치게 고요해..

위형 为兄

【 #고풍 #연상연하 #찌통피폐 #일공일수 #HE 】 【 마두 미인공 x 정기로운 소년 수 】 허풍은 길에서 불의를 보고 협객 행세를 하다, 극락궁 궁주 하정주에게 붙잡혀 무공이 폐해지고 갖은 모욕을 당한다. 탈출한 뒤에 주연을 만나는데, 이 사람은 성정이 온화하고 말재주가 있어 두 사람은 함께 강호를 유람할 것을 약속한다. 이후 허풍은 점점 그의 주 대형에게 의지하게 되고,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할 마음을 품게 된다. 하지만 훗날에 이르러서야 그는 알게 된다. 이 사람이 바로 과거의 그 잔혹한 대마두임을. 더욱 놀라운 것은, 그에게 또 하나의 신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강호는 소란스럽고, 산중에서는 세월의 흐름을 알기 어렵다. 그는 문득 그 사람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천리와 윤상 따위는, 네가 기뻐하..

试读 2026.01.21

음짐; 饮鸩

* 饮鸩; 음짐. 독을 마시다. 저는 잔을 비울 테니, 당신은 편한 대로 하십시오. ———조여의: 교주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사운천: 응. 조여의: 속하는 줄곧 맡은 바를 다해, 교주의 근심을 덜어드리고자 할 뿐입니다. 사운천: 응. 조여의: 이 길에서 부하는 반드시 교주의 안전을 지켜낼 것입니다. 사운천: 응, 우호법은 야심이 크고, 줄곧 교주 자리를 노려 왔으니, 죽여 마땅하다. 조여의: ? ? ? ———늘 의심부터 하는 츤데레 공 x 고백광 충견 수 사운천 (谢云川) x 조여의 (赵如意) 내용 태그: 강호, 정유독종, 청매죽마, 상애상살 한 줄 소개: 앙숙이던 그의 무공을 폐한 뒤…… 입의: 늘 마음에 두고 잊지 않으면, 반드시 되돌아 오는 응답이 있을 것이다.

试读 2026.01.19

5장.

이 밤은 순탄치 않으리란 예감이 들었다. 밤바람이 불고, 나무마다 꽃이 만개했다. 불꽃처럼 밝은 화등 사이로 은빛이 흩뿌려져 있었다. 천하에서 가장 번화하다고 일컬어지는 장안은, 밤이 깊어도 여전히 떠들썩했다. 그리고 이 밤, 성 서쪽의 한 저택은 유난히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명마와 화려한 수레가 길을 메우고, 향기가 그 길을 가득 채웠다. 귀족과 명문 인사들, 조정의 요직자들까지, 잠시 사이에 상당수가 모여들었다. 초명윤은 주변을 훑어보다가, 대문 앞에서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송형에게 시선을 두었다. “육부 상서가 넷, 문신과 무장이 반씩이군. 체면이 대단해.” 그는 냉소했다. “아니지, 배짱이 두둑한 건가.” 과거에서 단연 수석을 차지한 인물은 예로부터 조정이 앞다투어 포섭하려 드는 대상이었다..

4장.

이제는 정말,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서는 바로 그 순간, 초명윤과 소세예는 상인들의 세금 징수나 관도 관리처럼, 자기들에겐 여덟 대를 살아도 직접 신경 쓸 일 없는 화제를, 마치 뜻을 맞춘 듯 동시에 거두어들였다는 점이다. 두 마리의 큰 여우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소세예였다. “초 대인,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초명윤이 고개를 살짝 기울여 되물었다. “아월이 오는 길에 그러더군요. 이번에 경성에 온 건, 친구 밑에서 일하려는 거라고. 그 친구가 초 대인을 가리키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초명윤이 한 박자 늦춰 답했다. “그 애가 오는 게 소 대인을 사적으로 뵐 수 있는 계기가 될 줄 알았더라..

3장.

“이렇게 보니 나와 소 대인은 과연 인연이 깊은 모양이군요.” 주루(酒楼) 안, 가희의 목소리가 가늘고 희미하게 위층의 누각까지 전해졌다. 그러나 그 안에 있던 두 사람은 별다른 흥취가 없어, 그 소리를 마음에 두고 들을 생각이 없었다. 초명윤은 손에 쥔 사금선(洒金扇)을 몇 차례 펼쳤다 접고는 끝내 참다 못해 탁자 위에 내려놓았고, 입을 열어 방 안의 정적을 깼다. “6년 만에 보자고 해놓고, 내 저택으로 오긴 커녕 주루를 택하다니. 두월(杜越) 저 녀석 대체 무슨 수작이야?” 그는 무료하다는 듯 백자 잔 하나를 집어 손가락 사이로 굴리며, 곁에 앉은 진소에게 물었다. “그 녀석의 모자란 머리로 경성의 길을 제대로 찾을 수나 있을까?” 진소는 드물게도 그의 표현을 반박하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