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회진은 황후궁의 문을 나서자마자 황제를 보았다. 황제는 새하얀 머리카락과 우글쭈글한 피부에, 용포가 아닌 도포를 걸쳤다. 먼지떨이를 안은 채 맨발로 그의 뒤를 쫓던 궁인들은 계회진이 오자 하나같이 자발적으로 화살이 도달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멈춰 섰다. 계회진은 절을 하지 않고, 황제의 몸을 위아래로 힐끗 훑어보며 웃었다. “폐하께서는 어찌하여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십니까?” 수수방관하던 그가 웃으며 손을 뻗자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황제의 다른 신발 한 짝을 받쳐주었다. 계회진은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는 황제에게 신발을 신겼다. 뒤이어 일어나 고개를 숙여 그를 살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눈에 기민함이 가득해 황제의 낯을 자세히 관찰했다. 결국 그의 기괴한 시선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