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실험동에 귀신이 출몰한다던데. 밤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댔어.”
마지막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하나둘씩 교실을 빠져나갔다. 복도를 지나던 반장을 정위허가 덥썩 붙잡았다. “야, 나 좀 도와.”
부탁이라기보단, 명령에 가까운 말투였다.
반장은 집안이 넉넉한 편이었지만, 옌난 공학에서는 그저 그런 수준에 불과했다. 정위허와 같은 부류에 비하면 아예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그가 반장이 된 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성실하며 말을 잘 듣기 때문이었다.
정위허가 먼저 말을 걸어오자 반장은 놀랐다. 비록 말투가 거칠긴 했지만,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야? 말해 봐.”
“새로 부임한 역사 선생, 량옌에게 전해. 석식 먹고 여덟시에 실험동으로 오라고. 누가 찾는다고 말이야.”
“그게 다야?” 반장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누가 량 선생을 찾는 건데? 무슨 일이야?”
“뭘 그렇게 캐물어?” 정위허가 다소 짜증이 섞인 말투로 대꾸했다.
“하지만……무슨 일인지도 안 알려주고, 그냥 밤에 실험동으로 오라고 하면 이상하잖아?” 반장이 물었다.
“오.” 정위허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싶었는지, 한 마디 덧붙였다. “중요한 일이라고 해. 가보면 알 거라고.”
더는 말을 보탤 생각이 없어 보이자, 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대로 전할게.”
그 옆에서는 쑹하오첸을 비롯한 몇몇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위허는 별다른 말 없이 몸을 일으켰다. 무리가 함께 교직원이 머무는 건물을 빠져나가던 중, 정위허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기다리라며 상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문이 열렸고, 정위허가 걸어나왔다. 손에는 길쭉한 검은색 상자가 들려있었다. 정교하게 매듭지어진 새틴 리본이 그 위를 감쌌다.
쑹하오첸은 상자 위에 금박으로 찍힌 브랜드 마크를 보고 단박에 알아챘다. “만년필은 왜 샀어?”
“량 선생한테 사과하려고.” 정위허가 웃으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쑹하오첸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량옌은 왜 실험동으로 부르는데?”
“요즘 실험동에 귀신이 출몰한다던데. 밤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댔어.” 옆에서 누군가 거들었다.
“맞아, 그거야!” 정위허가 말했다. “그쪽으로 불러내서 한번 놀래켜보자는 거지. 그의 그 모습을 보아하니, 울면서 뛰쳐나올지도 모르겠네.”
다른 아이들은 량옌의 온화하고 소심한 모습을 떠올리고는, 하나같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뜨렸다.
쑹하오첸도 웃었다. 끝내 우려를 떨치진 못했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게 굴지는 마. 괜히 열 받아서 교장실 찾아가면, 너 진짜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까.”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날 고자질한다는 거야? 난 량 선생한테 사과하러 가는 거라고.” 정위허는 손에 들린 정갈하게 포장된 만년필 상자를 툭툭 던지며 말했다. “내가 말한 건 비연루(飞雁楼)였어. 사과하러 간다고 했는데, 반장이 말을 잘못 전한 거지. 이게 내 탓이야?”1
“비연루, 실험동……” 쑹하오첸은 중얼거리듯 두번 되뇌더니, 웃으며 그의 어깨를 쳤다. “됐어, 진짜 영리하긴 하다. 생각도 꽤 치밀하네.”
“아직 시작도 안 했지.” 정위허는 만년필 상자를 다시 한번 흔들어 보였다. “이거 봐. 내가 량옌에게 사과하려 했다는 증거. 자오징윈이 이래도 물고 늘어진다면, 그건 걔가 이상한 거야.”
곁에 있던 아이 중 하나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정 대소야. 아이디어 하나는 기가 막힌다.”
“감탄밖에 안 나온다, 진짜.”
정위허는 자못 흡족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한 무리의 식당 쪽으로 발길을 돌렸고, 저녁에 어떻게 계획을 실행하면 좋을지 한창 신이 나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
마침 석식 시간이라 식당 안은 소란스러웠고, 자리는 몹시 붐볐다. 자오징윈은 혼자 테이블 하나를 차지한 채, 느릿하게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옌난 공학 특유의 가문 중시 분위기 탓인지, 학생들 사이에도 자연스럽게 뚜렷한 위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자오징윈과 비슷한 배경을 지닌 건 정위허나 쑹하오첸 정도로, 다른 학생들은 차라리 누군가와 부대껴 앉을 망정, 그의 옆에 함부로 앉는 일은 없었다.
-
식사를 마친 자오징윈이 식당을 나설 즈음, 석양이 기울었다. 하늘 끝은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구름으로 물들어 있었고, 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종루에는 가느다란 주홍빛이 얹혀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던 자오징윈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교직원 식당 입구. 량옌이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있었다.
가서 인사라도 하는 편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한 자오징윈은 발길을 돌렸다. 가까이 다가가고 나서야, 량옌 앞에 서 있는 이가 반장임을 알아보았다. 어렴풋이 실험동에 가야 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자오징윈은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다시 방향을 틀어 계단을 내려가며, 천천히 교정을 돌아 기숙사 쪽으로 걸어갔다.
-
교직원 식당 앞에서, 량옌은 반장에게 붙잡힌 채 꽤 오랜 시간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자신을 찾는 건지는 끝내 파악하지 못했지만. 들을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실험동으로 와달라는 말뿐이었다. 말을 이어가다 말고 자꾸 눈치를 보는 반장을 바라보다, 량옌이 물었다. “누가 그렇게 전해달라고 했나요?”
반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저희 반 정위허요. 지난번 선생님 수업 시간에 넘어졌던 남자애예요.”
량옌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알겠어요. 시간 맞춰서 갈게요.”
반장은 가볍게 인사한 뒤 물러났다. 량옌은 그대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입가의 웃음을 서서히 지웠다.
정위허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다.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구는 무리들이 심심풀이 삼아 장난을 꾸미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가운데서 자오징윈은 그나마 양심이 있는 축에 속했다.
하지만 실험동은 애초에 자신이 의심하던 장소였다. 한 번쯤 확인할 생각은 있었으나, 역사 교사로서 출입할 만한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지금 상황은 오히려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
밤 여덟 시. 어둠이 깔리자 바깥에 남아있던 학생들은 기숙사로 돌아갔다. 학교 전체가 점차 고요해졌다.
실험동 역시 문이 잠기고 불이 꺼져 있어야 할 시각이었다. 온통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1층 어귀에 있는 한 교실에서는 아직도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꽤 노골적인 수단. 량옌은 가볍게 웃으며, 불이 켜진 방을 향해 별다른 주저없이 걸음을 옮겼다. 문턱에 다다랐을 무렵, 시선이 흘끗 문 위의 명패를 스쳤다: 표본실.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가스등의 기계 스위치가 딸칵 소리를 내며 울렸다. 불은 순식간에 꺼졌다. 암흑이 단숨에 공간을 덮쳤고, 등 뒤로는 옅은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이어 문이 쾅 소리와 함께 닫혔다. 거대한 그림자가 그 위로 덮치듯 밀려들었다.
량옌은 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며 손을 뻗었다. 눈을 가늘게 뜨자, 마주한 건 해골의 두개골이었다. 손가락 끄트머리에 닿는 뼈마디의 감촉으로 보아, 이것은 인체 골격 표본 모형이었다.
그는 동요 없이 뼈대를 제자리에 세워두었다. 어둠에 조금씩 눈이 익자, 주변을 가늠한 뒤 의자 하나를 들어 바닥에 눕혔다. 이어 병에 담긴 침지 표본들 사이에서 뱀과 곤충 몇 마리를 골라내, 테이블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걸치듯 배열했다. 장난의 답례였다.
모두 끝낸 그는 교실 한쪽으로 물러나 조용히 기다렸다.
-
표본실 밖, 정위허 일행은 안에서 들려올 비명 혹은 고함 소리를 기대하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러나 실내는 조용했다. 골격 표본이 쓰러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뭔데? 그들은 눈빛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표정을 살폈다.
“잠깐만, 아직 놀라지 않은 걸지도 모르는 거니까?” 쑹하오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숨을 죽이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안은 여전히 적막했다. 들어간 사람이 무언가에 삼켜지기라도 한 듯, 공기는 점점 기묘해졌다. 결국 참다 못한 정위허가 문을 열었다. 그 안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그는 한 차례 숨을 가다듬고,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
옌난 공학의 1인 기숙사. 자오징윈은 숙제를 마치고 책을 한 권 꺼냈다. 몇 페이지를 넘겨봤지만,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창문에 비친 흐릿한 윤곽을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복 자켓을 벗고 옷걸이에 걸었다. 셔츠 단추 두 개를 풀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는 참에, 노크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문을 열자, 사감이 명부를 안은 채 서 있었다. “징윈, 너 방에 있었구나?”
“네, 선생님.” 자오징윈은 영문을 모른 채 답했다.
“혹시 정위허를 포함한 네 사람이 어디에 갔는지 아니?”
“정위허요?” 자오징윈이 되물었다. “모르겠어요. 기숙사에는 없는 건가요?”
사감은 그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살피더니,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푹 쉬렴.”
그때였다. 다른 사감 하나가 급히 뛰어오더니 소리쳤다. “찾았습니다. 학생 하나가 그러는데, 네 사람이 송림호 쪽으로 향했다는군요.”
“이 밤중에 거긴 또 왜, 산책이라도 하나?” 사감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고, 이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자오징윈은 문을 닫으려다 말고, 불현듯 멈칫했다. 실험동도 송림호 방향에 있었다.
량옌은 역사 선생님이다. 그가 실험동으로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그는 방 안에 잠시 멈춰 섰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이상했다. 낮에 정위허가 량옌에게 건넨 말이 다시 떠올랐다.
설마, 내가 뱉은 한 마디 때문에 그들이 또 선생님을 찾아간 건 아니겠지?
자오징윈은 돌아서며 문을 확 열었다. 사감이 이미 위층으로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방을 나섰다. 문을 잠그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숙직실 창문 앞에서는 허리를 낮추는 것으로 피하듯 지나간 뒤, 조용히 기숙사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는 그대로 실험동을 향해 달려갔다.
전속력으로 달려 도착한 그가 눈앞에서 마주한 건, 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은 실험동 건물이었다. 발걸음을 늦춘 그는 가까이 다가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자오징윈은 거친 숨을 고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괜한 긴장감에 휩싸였던 걸지도 모른다.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건물 안쪽에서 불현듯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언가 무겁고 큰 것이 떨어진 듯한 소리. 곧이어 유리 깨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그 뒤로는, 공포에 질린 고함과 아우성이 이어졌다.
그 목소리는 정위허 일행의 것이었다. 자오징윈은 곧장 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어들었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왔고, 어둠 속에서 그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자오징윈은 반사적으로 상대를 부축했다. 손등을 스치는 머리카락 끝이 간지러웠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어둠 속이라 량옌의 얼굴이 어떤지 알기가 어려웠다. 다만 그의 목소리는 약간 놀란 듯했고, 어딘가 묘하게 다른 느낌을 주었다. “……괜찮아요. 그런데, 학생이 여긴 어쩐 일인가요?”
“저는……” 자오징윈은 그가 또 곤란한 일에 휘말린 건 아닐까 걱정돼서 왔다고 말하기가 민망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안을 살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안에서는 여전히 어수선한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자오징윈이 안으로 들어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겼다. 그에 량옌이 손을 들어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들어가지 마세요.”
“왜요?”
량옌은 아주 잠깐 말을 멈췄다. 이어서 조금 낮아진 목소리가 들렸다. “혼자 있기 무서워서.”
“……” 자오징윈의 몸이 그 자리에 굳었다. 소매 끝을 잡아당기는 미세한 힘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밀려왔다. 목이 한 번 부르르 떨리고 나서야 겨우 목소리를 찾았다. “좋아요, 가지 않을게요.”
량옌은 그의 소매 끝만을 살짝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자오징윈은 오른팔 전체가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어색하게 몸을 비틀어 왼손을 뻗고, 벽을 더듬어 기계식 스위치를 찾았다. ‘딸칵’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
교실 안에는 네 사람이 한데 엉켜 쓰러져 있었다. 맨 아래에 깔린 정위허의 몸 아래에는 넘어진 의자가 있었다. 그들 옷은 전부 흠뻑 젖어 있었고, 축축하게 달라붙은 옷 위로 표본용 뱀과 벌레가 머리며 어깨며 곳곳에 축 늘어져 있었다.
어둠 속에선 미처 몰랐던 것들이, 불이 켜지자마자 눈앞에 드러났다. 그들은 역겨움에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몸을 떨었다. 몸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썼지만, 바닥 가득 흩어진 표본액과 유리 파편 때문에 더욱 난처한 꼴이 되었다.
그 처참한 몰골에 자오징윈도 흠칫 놀랐다. 그제야 량옌이 자신을 막은 이유를 이해했다. 그가 무작정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면, 미끄러져 유리 조각 위로 넘어지고 그들 위로 넘어져 그대로 덮쳤을 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말도 마.” 쑹하오첸이 젖은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힘없이 웃었다. “운이 아주 지지리도 없었지.”
“좀 도와줘 봐!” 아직 일어나지 못한 정위허가 얼굴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발목 삔 듯. 죽겠네, 진짜.”
옆에 있던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 세웠다.
정위허가 상대에게 몸을 의지한 채 간신히 일어섰고, 화가 난 얼굴로 량옌에게 따졌다. “당신 대체 뭐야? 들어가서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 소리라도 질렀어야 할 거 아냐?”
“몰랐어요……” 량옌은 자오징윈의 뒤로 살짝 몸을 물리며 작게 말했다. “들어가자마자 불이 꺼졌고, 해골 하나가 달려들었어요. 그 다음은, 기억이 잘 안 나요.”
“진짜 기절했던 거 아냐?” 쑹하오첸이 돌아보며 말했다.
정위허는 할 말을 잃은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황당하다는 얼굴로 이를 악물을 뿐이었다.
자오징윈은 이제 상황을 전부 이해했다. “자업자득이에요. 당해도 싸죠.”
네 사람 모두 현장에서 꼼짝없이 걸린 처지였고, 아무도 더는 말이 없었다. 기세가 꺾인 듯 기운 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 모습을 본 자오징윈은 겨우 한숨을 놓았다. “기숙사로 돌아가지 말고, 우선 보건실부터 가자. 검사라도 받아야지.”
그리고 량옌을 돌아보았다. “선생님도 같이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전 괜찮아요. 안 가도 돼요.” 량옌은 붙잡고 있던 소매를 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자오징윈은 오른손을 아주 작게 움찔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량옌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웃었다. “여기까지 꽤 서둘러 왔나 보네요?”
“네?” 자오징윈은 그의 시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다봤고, 그제야 자신이 교복 상의를 걸지 않고 나온 걸 알아차렸다. 그의 상반신엔 흰 셔츠만 걸쳐져 있었고,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었으며 가슴께엔 느슨하게 매인 넥타이가 걸려 있었다. 선명한 쇄골 라인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자오징윈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황급히 단추를 채우고, 넥타이를 다시 매었다.
량옌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겨우 참았다. “오늘 일은 이쯤에서 끝내기로 하죠. 저는 먼저 가볼게요.”
“그럼 선생님, 조심히……”
그가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머리 위로 갑자기 암흑이 덮쳐왔다. 가스등이 또다시 꺼졌다.
———
작가는 할 말이 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 무릎 꿇기
스 처장의 차 끓이는2 연기 감상.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