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지, 약속을 세 가지 할까?” 날이 밝자, 두 사람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날 밤 일은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마치 한 밤의 좋은 꿈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집의장. 위민은 너그러이 사방이 탁 트인 물가의 정자 하나를 영당으로 꾸미고, 상복과 흰 촛불로 가득 채웠다. 정거한의 시신은 그 안에 안치되었다. 조문객은 많지 않았다. 명검 대회에 변고가 생기자 실망해 떠난 이들도 있었고, 잃어버린 ‘불의검’에만 마음을 두고 정거한의 무능을 은근히 탓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세상에 정거한의 유일한 혈육은 멀지 않은 건물에 연금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월은, 설령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그를 만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청산파는 여전히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