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어.
뒤이어 출전한 일곱명은 남김없이 패했다.
경악하던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 오래 보고 있으니 점차 실마리가 잡혔다.
이 맑고 서늘하며 과묵한 소년은 결코 뛰어난 공적을 지니지 않았다. 그의 검술은 전혀 상반되게도 평범하고 변화가 적었는데, 거의 모든 것이 가장 속되며 직접적인 수법을 띄고 있었다. 찌르기, 베기, 자르기, 가르기, 검을 익힌 모든 이들이 처음에 갈고닦은 기초는 그의 손에서 모두 나타났다. 다만 그는 대응이 매우 빠르고 몸놀림이 가볍고 민첩하여 매번 상대방의 계략을 간파해 냈고, 허점을 잡으면 일거에 격파했다. 이에 상대방은 어찌 된 영문인지 순식간에 막아낼 힘을 잃었고, 무기는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무대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어떤 사람이 귀에 입을 대고 소곤거렸다. 아무도 이 소년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자, 마음속으로 이미 결론을 내렸다.
분명히 이 소년은 천부적인 자질이 뛰어나, 심지어는 불세출의 무학의 기재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애석하게도 아직 좋은 스승을 얻지 못해 조잡한 검술만 하며 제대로 된 검도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그러나 이 총명한 자질로 보아, 만약 고수가 그를 문하에 들여와 세심하게 가르칠 수 있다면 앞으로 반드시 천하에 이름을 날리는 인물이 될 터였다.
몇 차례의 대결이 끝난 후, 높은 단상 위의 척조석은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문파들도 큰 흥미를 느껴 그 소년의 이름을 물으며 관심을 드러냈다.
그 소리들은 위민의 귀에 세세히 들려왔고, 이는 마치 큰 소리로 우는 매미 울음소리보다 더욱 짜증을 일으켰다. 그는 비록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얼굴빛이 어두워졌고 의미심장한 눈빛은 무대 옆쪽으로 향했다.
위가는 얼굴을 돌리고 피하며 감히 아버지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이 어찌 불에 달군 기름과 같지 않겠는가? 그는 첩실에게서 난 서출아로 친어머니가 일찍이 돌아가셨다. 몇 명의 형들은 각지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는데, 그가 아버지의 눈에 들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얼마간의 무예를 익힌 몸과 근골 덕분이었다. 매일 부지런히 배워 열심히 연마하고, 전신의 기력을 남김없이 쥐어짜 내야만 비로소 아버지의 약간의 안색을 얻게 되었다. 만약 이번 시합에서 패하여 스승을 모시지 못한다면, 그의 무공이 완전히 폐기될 뿐만 아니라 가진 것을 모두 잃게 되거나……혹은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 그는 머리를 힘껏 흔들곤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무대에 오른 여덟 번째 사람도 패배를 인정하자, 한동안 주저하고 망설이며 아무도 즉시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강리는 담담한 안색으로 손가락을 펴고 다시 검을 움켜쥐었는데, 힘이 다 빠진 듯 무기력해 보였다.
위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북적이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검은 옷을 입은 늘씬한 청년 옆에 멈춰 서곤, 상대방을 보지 않고 무대 방향만을 바라보며 입을 열어 재촉했다. “너는 아직 출전하지 않느냐?”
“때가 되었습니까?” 검은 옷을 입은 청년도 앞을 바라보며 그를 보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 기다릴 셈이지? 네가 나라면 기다릴 수 있겠어?” 위가는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르고 목소리를 낮추어 다급하게 말했다. “나보다 이 시합을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들이 지면 기껏해야 체면을 구길 뿐이다. 하지만 나는? 왜 하필이면 나와 다투러 온 거야!”
“소 장주께서는 이렇게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으십니다, 저는 일만 합니다.”
“그럼 꾸물거리지 마!” 위가가 말했다. “네가 어떤 수를 쓰든 간에, 나는 그가 쓰러지기를 원한다!”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마침내 그의 몹시 초조한 기색을 보고 몸을 돌려 잽싸게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위민이 일찍이 안배한 암장으로, 위가가 최종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먼저 그를 대신해 까다로운 적수를 해결한다. 그가 곤궁하고 궁핍했을 때 위민의 도움을 받는 은혜를 입었으니, 이제는 인정을 갚을 때였다. 1
“최연.”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은 스스로 이름을 보고하고 소매에서 판관필 한 쌍을 꺼냈다. 붓과 흡사하게 생겼지만, 온몸이 쇠로 주조한 것이라 붓끝에 더욱 차가운 빛이 번뜩여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2
강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십시오.”
양손에 판관필을 움켜쥔 최연은 천천히 두 걸음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강리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곤 검날을 살짝 들이댈 뿐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무대 아래에서 어렴풋한 소동이 일었다. 이 두 사람은 정말 이상하다. 특히 검은 옷 청년의 그 판관필은 길이가 약 1척정도인데, 이른바 ‘1촌이 짧으면 1촌이 위험하다 3라고 할 수 있었다. 짧은 병기의 도는 몸으로 싸우는 데에 있지만, 그는 오히려 멀리 물러났다. 어찌 올라오자마자 자신이 열세에 처하게 두는가? 4
소리 없는 대치 속에서 공기는 서서히 굳어졌고, 바람마저 멈추었으며 이미 팽팽해진 활시위가 일촉즉발의 상황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연의 옷소매가 약간 펄럭이더니, 다음 순간 그는 갑자기 다가와 거의 잔영으로 변했다. 강리가 검을 비스듬히 그어 옆으로 피하자 판관필이 검신을 스치며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현은 이미 몸을 꺾어 다시 찔러왔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움직임이 매우 빨라서 눈 깜짝할 새에 이미 수십 수를 넘겼다. 무공이 형편없는 자는 눈이 어지러워 전혀 분간해 낼 수가 없었다. 단지 그 판관필의 예리한 붓끝이 쉴 새 없이 번쩍여 천지를 뒤덮는 은빛 빗발이 되었다고 느꼈다. 그 위로 장검이 스쳐 지나가자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 한가운데서 번개가 번쩍이고,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쳐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갈라놓았다!
“젊은 세대들이 무섭구나.” 설락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5
강리가 요혈을 찌르는 일격을 막아내곤 불쑥 손바닥을 뒤집어 횡 자를 긋자, 온몸에 한 줄기 차가운 빛의 은호가 펼쳐졌다. 마치 사나운 바람이 평지에서 일어나 가는 비가 내려 촘촘한 막을 만들어내듯 흩어져, 최연은 어쩔 수 없이 몇 걸음 물러나 한숨을 돌렸다. 6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이랬을 것이다. 처음 출전할 때 강리는 안색이 창백했다. 최연은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그에게 도대체 어느 정도의 기력이 남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이상 소모한다면 일을 제대로 성사시킬 수 없게 될까 두려웠다.
판관필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달려들어 검끝을 막아섰고, 눈 깜짝할 사이에 최연은 두 팔을 뒤집어 마치 천 송이의 꽃이 피어나듯 장검을 타고 미끄러져 나아갔다. 강리가 옆으로 비켜서자 붓끝이 허공을 찔렀지만, 최연은 이미 이 기회를 틈타서 접근하여 재차 습격했다. 이번에는 온몸의 힘을 두 점의 차가운 빛에 담아 눌렀다. 거의 만 균의 기세가 담겨 파죽지세 7였다. 8
강리가 검을 든 손을 흔들자 ‘띵’ 하고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판관필 하나가 구르듯이 날아갔다. 다른 한 자루는 장검과 필사적으로 맞섰는데, 두 사람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
최연이 손을 움직이자 판관필이 뜻밖에도 장척 반으로 길어져 일시에 강리의 오른쪽 어깨를 찔렀다. 어깨너머로 붉게 물든 붓끝이 내비쳤는데, 주사를 흠뻑 묻힌 것처럼 보였다. 9
“그만하시오!” 높은 단상 위의 정거한이 소리쳤다.
“강리!” 조월이 놀라 외치는 소리, 무대 아래의 아우성, 가복들이 징을 두드리는 소리가 뒤섞이며 크게 울렸다.
식은땀이 순식간에 이마에서 흘러내리며 눈을 적셨다. 강리는 심호흡을 하며 눈을 들었다.
최연은 아직 강리의 눈빛을 똑똑히 보지 못했지만, 문득 맞서고 있는 검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이는 거칠고 사나운 파도를 방불케 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걷다가 뒤로 물러났는데, 깜짝 놀라서 자칫하면 엎어질 뻔했다.
판관필이 그의 움직임을 따라 뽑혀나가는 순간, 선혈이 사방으로 흩날려 무대의 널빤지 위로 떨어졌는데, 흡사 고목에서 붉은 매화가 조그맣게 피어나는 것 같았다.
강리는 몸은 살짝 흔들렸으나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힘껏 움켜쥐며 눈썹을 찌푸렸다. 피가 천천히 옷에 번지며 검붉은 색으로 물들였다. 그의 오른손도 약간 떨리더니, 오히려 검을 더욱 꽉 쥐었다.
“이 시합은 공명정대하게 치러지는데, 어찌 당신이 음흉하게 사람을 다치게 하고 물러나지 않는 것을 용납하겠습니까?” 정거한은 매서운 말소리와 안색은, 꼭 천둥이 터지는 것처럼 강렬했다.
최연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는, 강리를 향해 말했다. “한순간 마음이 급해져 미움을 샀습니다.” 말이 끝나자 병기를 주워 무대에서 내려왔다.
무림의 정도는 줄곧 교묘한 암기를 쓰는 부류를 멸시해 왔으며, 사적이든 뭐든 간에 공개적으로는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각 문파가 얼굴에 경멸의 기색을 드러내었고, 천문파 주인석에 앉은 장로는 두형을 힐끗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보았느냐, 앞으로 무슨 은침 암기를 그만 다루도록 해라. 네 체면을 깎는 것은 작은 일이나, 문파의 명성을 욕보이는 건 큰 일이다!”
“진 사숙의 말이 옳습니다.” 두형은 고개를 끄덕이곤 얼굴을 돌려 옆에 있는 맹사범에게 중얼거렸다. “이길 수 있으면 됐지, 눈에 띄지 않으면 뭐가 두려운가? 사형, 지난번에 무대 위의 저 강리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손에 넣었을 거야. 만약 척조석을 이겼더라면, 나는 진 사숙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말하는 것을 믿지 않았을 테지.”
맹사범은 찬성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번에는 척조석이 사정을 봐주었어. 그게 아니라면 그 검을 검집에서 꺼내어 너의 팔을 잘라냈을 거야. 다시는 무모하게 굴지 마라.”
두형은 대충 얼버무리곤 그날의 뱀 같은 기괴한 검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먼 곳의 좌석으로 눈을 돌렸다.
저편의 설락은 한창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그의 피가 아직 멈추지 않는 걸 보니, 상처가 가볍지 않아 싸매야 할 것 같아. 아쉽게 됐어, 나는 그가 우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척조석은 시선을 강리에게서 옮기지 않으며 천천히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의 말을 증명하듯, 강리는 몸을 돌려 무대 아래의 사람에게로 향했다.
선혈이 튀는 것을 직접 보자, 위가의 마음속에는 뜻밖에도 기이한 안도감이 일었다. 그는 한숨을 돌리고 강리가 퇴장하기만을 기다렸는데, 고개를 들어 난데없이 한쌍의 차가운 눈을 마주하자 가슴이 뛰었다.
“다음은 당신입니까?” 강리는 천천히 검을 들고, 멀리있는 위가를 가리켰다. “오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깨진 옥과 부서진 얼음 같은 질감을 지녔다. 위가는 이유 없이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그의 어조 때문인지 검끝 위로 반짝이는 햇빛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위가는 무의식적으로 물러섰고, 곧 노기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그를 왜 무서워하겠어? 위가는 화가 나서 생각했다. 그는 기어코 나와 앞을 다투려고 하고, 기어코 나를 해치려고 한다. 지금에 와서는 오른팔을 불구인데, 내가 그를 왜 무서워하겠어?
그는 검을 뽑아 하늘 높이 들며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자, 올테면 와봐라!”
위가는 발걸음을 무대 위에서 잠시 멈췄고, 곧바로 강리를 향해 휩쓸듯 나아갔다. 위가는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애썼는데, 일검은 휙휙 바람소리를 내며 오른쪽 어깨를 직격했다. 강리도 검을 휘둘러 맞섰다. 그는 막기를 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으로 맞섰다.
두 검이 부딪히자 소리가 쟁쟁 울리며 불꽃이 튀었다.
검을 너무 꽉 쥐어서 강리의 손 뼈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그는 위가와 동시에 물러났다. 무기가 부딪히는 맹렬한 충격으로 인해 위가는 입이 저렸다. 상대를 빤히 쳐다보던 그는 비록 엿볼 수 없으나 강리가 자신보다 백배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과연 그랬다. 비록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강리의 움직임은 확실히 느려졌다.
검날이 빈번히 부딪히자, 금속 소리가 처량하고 날카롭게 울렸다.
위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 명렬하게 베어냈다. 강리는 팔뚝이 움칫하자, 여세를 몰아 몸을 돌려 힘을 뺐다. 그러나 한순간 부상이 찢어져 그의 움직임이 약간 뒤처졌다. 이에 미리 준비하고 있던 위가는 검을 거꾸로 들고 가로로 휘두르며, 등 뒤에서 그의 오른쪽 어깨를 눌렀다. 검날이 목덜미에 닿았다.
강리는 손가락에 꾹 쥘 뿐, 잠시 힘을 낼 수 없었다. 어깨의 핏자국은 겹겹이 짙어지며 검붉게 물들었다.
“강리!” 조월은 그를 마주하며 똑똑히 보았다. “그만해! 패배를 인정하고, 싸우지 마!”
위가는 바로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검을 내리눌렀지만, 강리의 목을 베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강리를 눌러 고개를 숙이게 하려 했다.
그러나 강리는 고개를 숙이기를 거부했고, 목덜미는 날카로운 곡선을 그려냈다. 식은땀이 코끝에서 미끄러져 흘러내리고, 마지막 한 줄기 혈색이 그의 입술에서 사라졌지만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팔을 잃길 원해?!” 급해진 조월이 무대 위로 뛰어오르려는데, 몇몇 가복들이 가로막았다. “벙어리! 빨리 말해!”
“작은 형제, 한 번 겨루었을 뿐이야. 이건 가치가 없어, 앞으로 기회가 더 많을 거야!”
“빨리 상처를 좀 치료하자!”
다른 사람들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흡사 솥에서 끓는 물처럼 어지러웠다.
이 시끌벅적한 혼란 속에서 척조석은 그의 눈을 보았는데, 차갑고 고요함은 마치 대대로 내려오는 명검의 광채가 흐르는 것을 감상하는 것과 같았다.
강리도 문득 그를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멀리서 마주쳤다. 이 순간 척조석은 바람이 검날을 스치는 소리를 들었다.
갑자기 돌아선 강리가 핏방울을 쏟아내자 위가는 미처 방비하지 못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는 손목을 뒤집었고, 기세를 거슬러 올라간 장검이 극히 기괴한 각도로 검을 든 위가의 손에 붙자, 붉은 뱀 한 마리가 불현듯 그의 팔에 매달렸다.
위가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무대 위에 넘어져 덜덜 손을 들어 올리고서야 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팔은 구불구불한 핏자국이 베여져 있었는데, 근육과 뼈를 다치지 않았지만 충분히 아팠다.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두형은 더욱 눈이 휘둥그레져서 휙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척조석도 어리둥절해 했다.
이 일격으로 강리의 힘이 거의 빠져나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검을 땅에 짚어 몸을 지탱하곤 격렬하게 숨을 헐떡였다.
위가는 정신이 들자 검을 한손에 쥐고 맹렬히 달려들었다. 그는 화가 나서 순간 전에 없던 힘이 폭발했다. 격렬한 천둥이 울리듯 강리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
강리는 더는 피할 힘이 없었다.
누가 비명을 질렀는지 모르겠다. 마치 현이 극도로 팽팽해졌다가 갑자기 끊어진 것처럼 갑자기 조용해졌다. 별안간 남은 소리가 공중을 맴돌면서 나뭇잎과 더불어 바스락 소리를 내며 울렸다.
그 일검은 떨어지지 않았다.
척조석은 한 손으로 강리를 껴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위가의 손목을 잡아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장검은 그의 머리 위에 걸려있었지만, 더는 한 치도 떨어지지 않았다.
- 暗桩; 암장. (배의 운행을 저지하기 위해) 물속에 박은 말뚝. 염탐꾼 또는 정탐꾼. [본문으로]
- 判官笔; 판관필. 쇠로 만든 붓. 혈도를 찌르는 용도로 사용하는 무기이기에 끝 부분이 송곳처럼 뾰족함. [본문으로]
- 一尺; 1척. 약 30.3cm. 참고로 1촌(一寸)은 약 3.03cm. [본문으로]
- 一寸短一寸险; 1촌이 짧으면 1촌이 위험하다. 이는 손에 들고 있는 무기가 짧을수록 상대방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공격할 수 있기에,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는 뜻이다. ‘1촌이 길면 1촌이 강한 것이고, 1촌이 짧으면 1촌이 위험한 것이다(一寸长一寸强,一寸短一寸险)’에서 인용한 표현으로 보임. [본문으로]
- 后生可畏; 후생가외. 젊은 세대는 쉽게 선배를 능가하므로 경외할 만하다는 의미를 지님. [본문으로]
- 银弧; 은호. 흰색과 검은색이 섞여 은빛이 나는 여우의 털가죽, 또는 그런 빛을 뜻함. 본문에서는 후자의 의미를 지녔다. [본문으로]
- 万钧; 만 균. 지극히 무거움. [30근(斤)을 1균(鈞)이라 함] [본문으로]
- 势如破竹; 파죽지세. 적을 거침없이 물러치고 쳐들어가는 기세. [본문으로]
- 長尺; 장척. 길이가 매우 긴 것. 베나 무명 따위의 40척을 넘게 짠 길이. 장척 반은 1/2인 20척: 약 606cm.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