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내가 단언컨대, 다른 사람도 이 자리에서 동일한 선택을 할 것이다. 단지 기회가 나를 보살필 뿐.
01.
나는 기차역에 급히 도착했고, 바닥에 쓰러진 두 소년을 똑똑히 보았을 때, 한밤 중에 울린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짜증은 이미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왼쪽의 소년은 검은 천 옷을 입었고, 그 위로는 흙과 풀이 묻어 있으며, 팔꿈치와 무릎 부분은 뚜렷한 마모 흔적이 있다. 그의 얼굴은 근육이 격동된 상태로 굳어져 있어 보기에 매우 괴이했다. 반면에 오른쪽의 소년은 잘 재단된 흰색 셔츠와 검은 정장 바지를 입고 맨발이지만 발바닥에는 먼지가 전혀 묻지 않았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표정으로 편안하고 평안하여, 마치 바닥에 누워서 잠든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이런 국면이 나타났는지 정말 모르겠다. 머리가 살살 아파온다.
“경장님.” 전 과정을 목격한 경찰은 나에게 경례를 하고 말했다. “대략 1시 45분, 검은 옷을 입은 소년이 이 흰 셔츠를 입은 소년의 시신을 안고 기차역에 뛰어들어 개찰구로 돌진했습니다. 검은 옷 소년의 상태는 매우 광란적이었어요. 개찰원이 그를 막으려고 하자 그는 개찰원에게 고함을 지르더군요. 저는 그가 과격한 행동을 할까 봐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총을 쏘는 것으로 경고했는데, 그가 총소리에 격렬하게 반응할 것이라곤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후 그는 흰 셔츠 소년의 시체를 내려놓고, 몇 번 더 소리를 지르면서 강제로 개찰구를 뚫어 승강장 쪽으로 도망쳤지만 몇 걸음도 뛰지 못하고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죠. 제가 확인하러 갔을 쯤에는 그는 이미 숨을 거뒀습니다.”
“그는 뭐라고 소리를 질렀습니까?”
“무의미한 음절 뿐이었어요.” 순찰대가 말했다.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어요.”
나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들은 이 흰 셔츠 소년이 시체라고 확신해? 그의 피부 질감은 몹시 밀랍 인형처럼 보인다.” 말한 것은 어린 소녀로 시체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시장의 보물같은 딸로 이름은 펑즈쮠이고 머릿속이 천진한 경찰이란 꿈으로 가득 차 있다. 시장은 그녀를 이길 수 없어 낮인 좀 전에 그녀를 내 손 아래로 보냈고, 떠나기 전에 나에게 잘 보살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순경은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쪼그리고 앉아 관찰하고 흰 셔츠 소년의 뺨을 만져보았다. “과연 너무 경직되어 있다. 다만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밀랍 인형이 있을 수 있나?”
펑즈쮠은 고개를 돌려, 의아하단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머리가 복잡해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때 법의학자가 도착하여 한눈에 결론을 내렸다. “시체 맞아요. 다만, 화학 약품의 특수처리를 거쳐 시체가 썩지 않도록 했네요. 표본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로요.”
이어서 그는 흰 셔츠 소년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취 선생의 남동생이잖아, 그의 시체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 거지?”
“취 선생?” 펑즈쮠이 말했다. “그 상공 회의소 회장 취옹 선생?”
법의학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순경이 일의 경과를 되풀이 하는 것을 들었고, 검은 옷을 입은 소년에 대해 초보적인 부검을 하러 갔다.
나는 다가가서 물었다. “치사 원인이 어떻게 되나요?”
“경장님, 이것 좀 보세요.” 법의학자는 검은 옷 소년의 옷깃을 들추고, 그의 목에 있는 작은 빨간 점을 가리켰다. “저는 환각제를 동맥에 주사한 것으로 인한 돌연사라고 확신합니다. 순경이 묘사한 비정상적인 상태는 그가 환각 속에 있었기 때문일 거고요. 현실의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 투영되어 왜곡이 일어났을 겁니다. 죽어가고 있을 때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은 더 전형적인 특징으로, 약의 구체적인 성분은 제가 돌아가서 혈액 분석을 해봐야 할 것 같네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보며 다음 분부를 기다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흰 셔츠 이 사람은 저도 아는데 과연 취 씨의 남동생으로, 이름은 취웨이, 일주일 전 강도 살인 사건의 피해자였습니다. 옆에 있는 이 검은 옷은…… 신분은 확인했습니까?”
순경이 말했다. “확인 중에 있습니다.”
“제가 그를 알아요!”
내가 이 갑작스런 고함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기차역의 매표원이 군중을 뚫고 몇 걸음 다가와서 엄하게 모자를 벗고 내게 경의를 표했다. “경장님, 제가 이 소년을 알고 있습니다.”
“말씀해보세요.”
“그는 루자셴이고, 대략 지난달에 기차역에 한 번 와서 제게 선경행 기차표에 얼마가 드는지 물었어요. 이번달에야 그는 선경행 기차표 두 장을 사러 왔는데,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모두 잔돈이었어요. 제가 계산할 때 그는 제게 폐를 끼쳤다며 매우 부끄러워했습니다. 이 돈은 그가 조금씩 모았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아이를 기억하고 있었고, 기차역에서 그의 지명수배 영장을 보았을 때 저는 정말 믿기 어려웠어요.”
“수배령?” 펑즈쮠은 멍해졌다가, 생각해냈다. “루자셴은 강도 살인사건의 도주범 이름 아니야?”
그녀는 벌떡 일어나 한 발짝 물러서며 두 소년의 시신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살인범과 피해자가 어떻게 기차역에 이렇게 나타날 수 있지?”
옆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표정이 각기 달랐다.
나는 그들이 계속 여기 서서 섣불리 추측하게 할 수 없었고,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 “다들 멍하니 있지 말고. 1팀은 먼저 용의자의 시신을 가지고 가서 자세히 검사하도록. 2팀은 현장에 다른 흔적이 있나 체크해보고, 그리고 두 사람을 부를 테니까 나와 함께 취 씨의 집으로 가서 그의 동생의 시신을 돌려보내고 단서가 있는지 물어보자.”
경찰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돌아서서 밖으로 나서자, 매표원이 쫒아와 공손하게 또 재잘거렸다. “경장님, 저는 기차역에서 10년 넘게 일해오면서 대부분의 사람을 보았습니다. 비록 양면만 보았지만, 저는 루자셴이 좋은 아이이고,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지금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서 죽었으니 정말 딱합니다.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여 그의 결백을 돌려주십시오!”
“물론이죠,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압니다.” 나는 참을성 없이 걸음을 재촉했고, 뒤에 남은 상대방은 연거푸 감사를 표했다.
02.
취 선생의 저택 양식은 완전히 서양식으로, 응접실의 벽난로 위에는 사슴 머리 하나가 걸려있는데, 뿔 가지가 가늘고 곡선이 아름다우며, 모피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선명하고, 칠흑 같은 눈동자는 여전히 그 온순한 순수함을 감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품질의 사슴머리 표본은 희귀한 물건이다. 당시 자선회에서 취 선생에 의해 고가에 찍혔다는 소식이 시 전역의 신문 헤드라인에 올랐고, 그가 자선과 예술을 사랑한다는 명성도 널리 퍼졌다. 사람들은 그의 선심, 그의 고아한 취향, 그리고 그의 일확천금의 멋진 매력을 칭찬했다.
펑즈쮠은 벽난로 앞에 서서 고개를 들어 관망했고, 분명히 끌린 것이다.
나는 이런 부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내가 보기에 이 사슴 머리 표본은 실속 있는 사슴 고기 한 끼보다 훨씬 못하다.
집사는 통보하고 돌아와서 하인에게 취웨이의 시신을 방으로 돌려보내게 한 후에 나와 펑즈쮠을 서재로 초청했다.
서재의 벽에는 크리스탈 진열장이 있고, 천금의 가치가 있는 수집품들을 진열해두었다.
취 선생은 일어나 맞이하며, 나와 악수했고, 또 펑즈쮠에게 안부를 전했다. “펑 양,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명실상부야.”
펑즈쮠은 미소 지었다. “저야말로 드디어 취 선생님의 진면목을 보게 됐어요. 아버지께서는 항상 당신을 언급하시면서, 당신이 제계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하시곤 했죠.”
“시장님께서 보살펴주시는군요.” 취 선생은 손을 내저으며 크리스탈 진열장으로 몸을 돌렸다. “저는 상인보다 수집가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이것들은 제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보물들인데, 아가씨께서는 체면을 봐서 감상해주시겠습니까?”
“취 선생님.” 나는 끼어들어 말했다. “우리는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취 선생은 나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내가 흥을 깨는 것을 싫어하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을 신경 쓸 수 없다. 그가 또 얼마나 오래 주절거릴 수 있을지 누가 알겠냐고.
나는 펑즈쮠에게 말했다. “먼저 밖에 나가서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취 선생님과 단둘이 이야기하겠습니다.”
펑즈쮠은 약간의 의혹을 드러냈지만, 더 묻지 않고 방 밖으로 나갔다.
나는 방문을 꽉 닫고 목소리를 낮추었으나 더는 초조함을 억누를 수 없었다. “루자셴이 어떻게 기차역에 나타난 겁니까?!”
“손님에게 약간의 실수를 끼쳤으니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약간의 실수?” 나는 말했다. “기차역에 수백쌍의 눈이 그가 당신의 남동생을 안고 돌진해 들어오는 것을 봤어요. 날이 밝으면 도시 전체가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제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진정하세요, 경장님.” 취 선생은 시가를 꺼내 내 앞에 놓았다. “제믄 당신에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한 거지, 제가 당신을 위해 방법을 생각해주러 온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솔직하게 말씀 드리자면, 취 선생님, 이 번거로움은 너무 큽니다. 만약 진작에 이럴 줄 알았다면 저는 결코 당신에게 승낙하지 않았을 겁니다!”
취 선생은 궐련*을 끼우고,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네, 압니다. 하지만 저는 경장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부에 당신을 강력히 추천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방금 회답 전화를 받았으니, 전근 명령은 곧 내려오겠죠.” *雪茄: 시가, 엽궐련, 여송연
“저는 그 때까지 경찰서장 자리조차 못 지킬까 봐 걱정입니다.”
“그럴리가요.” 취 선생은 더 이상 밝히려 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궐련 맛 보세요.”
03.
내가 예상치 못한 것은 펑즈쮠이야말로 진짜 골치거리라는 것이다.
셋째 날 새벽,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매우 급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문을 열고 내 사무실로 뛰어들어, 입을 벌리고 물었다. “경장님, 기차역 사건 왜 수사를 멈추셨어요?”
“사건종결 됐어요.” 내가 말했다.
“사건 종결?” 펑즈쮠은 매우 놀라워했다. “하지만 분명한 많은 의혹들이 아직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는데, 왜 사건이 종결난 거죠?”
“의혹은 없습니다. 비록 허풍처럼 보이겠지만, 실제 사건은 매우 간단한 일이었어요. 루자셴은 무학무술로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양아치로, 몇몇 지하 루트를 통해 마약에 빠져들었고, 자극을 좇아 대동맥 주사를 놓는 것으로 스스로의 돌연사를 초래했다. 마약을 꼽은 건, 마침 그가 벌인 강도 살인사건이라는 미친 행위를 설명했고, 그는 돈이 많이 부족하고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서이다.”
펑즈쮠은 분명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럼 그는 왜 취웨이의 시신을 가지고 기차역으로 뛰어들었는데요?”
“이 점은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영원히 미치광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법의학자의 말을 당신도 들었어요. 루자셴은 약물작용으로 환각에 빠졌으니, 미치광이와 다를 바 없었겠죠. 그날 밤 그가 재범으로 취 가의 저택에 들어가 취웨이를 큰 금덩어리로 봤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아니, 역시 옳지 않아요.” 펑즈쮠은 말했다. “중독은 끊임없이 악화되고, 동맥주사는 더욱 극단적인 방식이라지만, 그의 몸에는 다른 주사흔이 없었어요. 목덜미의 그 바늘 구멍 뿐이에요!”
“물론 저도 압니다. 그의 몸은 아직 건강하니, 분명 중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루자셴의 비극은 그의 가난에 있었습니다. 마약을 피우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취 가의 저택에 침입하여 절도하려다 취웨이와 부딪히게 되었고 입을 막이려 사람을 죽이게 되었고, 체포를 피하는 과정에서 또 마약 중독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제시 조건은 만약 그가 주사를 맞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는 겁니다.”
*네모 두개… 모르겠다
나는 진작에 준비한 녹취록을 뽑아 펑즈쮠 앞에 있는 탁자로 던졌다. “이것들은 그의 건달 친구들의 목격 증언입니다.”
펑즈쮠은 줄곧 품에 안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녹취록을 들어 훑어보았다. 그녀가 보는 속도는 점점 느려졌고 표정은 갈수록 굳어만 갔다.
나는 정말 나 스스로에게 갈채를 보내고 싶다. 정말 흠잡을데 없는 이야기잖아.
펑즈쮠은 다 보자, 기록을 내려놓고 침묵을 지켰다.
나는 적절한 시기에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이 잘못된 길을 따른 소년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이 들더군요. 비록 그가 죄를 저질었다지만, 나는 그의 목숨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의 단서를 계속 추척할 것입니다.”
이미 이 정도까지 말씀 드렸다. 나는 매우 만족하여 찻잔을 들고 휴식을 취하려 하였으나, 펑즈쥔은 고개를 들고 나를 올려다 보며 고집스럽게 말했다. “경장님, 저는 당신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라면 나는 이미 사람을 모질게 쫒아냈을 테지만,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시장의 보물 같은 딸이다. 나는 화를 참으며 그녀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생각인가요?”
“제가 루자셴의 상황을 조사하러 갔는데, 그는 확실히 거리를 떠돌아다녔지만 무식한 양아치는 아니었어요. 그의 생모는 일찍이 병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바다로 나가는 선원으로 1년에 한 번 집에 돌아갈 수 있어요. 그의 계모가 그의 학비를 내주지 않았기에 그래서 그는 학교에서 쫒겨났고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조금 모을 수 밖에 없었는데, 돌아가서 며칠 수업을 듣고, 다시 나와서 돈을 모으고, 수업을 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적은 우수했죠. 다른 사람에게 수업을 빼먹고 나와서 놀자고 하는 것은 소년의 자존심에 불과해요.”
“저는 이런 상황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취 선생님의 동생 취웨이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어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더욱이 학교에 간 적이 없으니 접촉한 사람은 가정교사 뿐이에요. 많은 증인들이 취웨이가 자신의 방 창문에서 자주 밖을 내다본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고요. 그리고 밖에 있는 그 거리는 루자셴이 학교로 가는 유일한 길이고, 그가 학교를 떠날 때 자주 떠도는 장소이기도 해요.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 잘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처의 주민들은 모두 그들이 창가에 엎드려 있고, 서있는 것과 정원의 담 밖에 서서 대화를 하고 심지어는 편지를 종이비행기로 접어서 전달하는 것을 봤다고 하니, 그들은 서로의 유일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겠죠.”
“물론 저도 이것들을 압니다.” 나는 말했다. “루자셴은 취웨이의 신뢰를 얻고 저택 안의 사정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취 가 저택에 손을 댔어요.”
펑즈쮠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는 그날 밤 루자셴이 절도를 하러 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말씀이신지?”
“루자셴은 돈을 모아서 기차표 두 장을 샀어요. 기차표의 발차 시간은 바로 사건 당일 밤의 자정이었고요.”
“이것은 그가 총명한 도둑으로 도망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증명할 뿐입니다.”
“만약 체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면, 아무 도시나 괜찮으니 그가 더 많은 돈을 들여 수도의 기치표를 살 필요가 없었을 거예요. 게다가 그는 두 장 샀어요!”
“큰 짐이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해서, 이는 그가 크게 한 몫 하려고 한다거나, 혹은 그가 안심할 수 없는데다 시선을 뗄 수 없으니 반드시 신변을 굳게 지키기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내가 말했다. “좋습니다, 당신이 다른 티켓이 취웨이의 것이라 말하고 싶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아요. 취웨이의 집안 형편에, 그는 가난한 소년이 모은 돈으로 선경에 가야할까요?”
“취웨이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요?”
“조심하세요,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나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책상을 두들겼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위협할 수 없었고, 펑즈쮠은 아가씨 성질이 올라와서 되려 나에게 물었다. “경장님, 그 강도 살인사건은, 루자셴은 그 자리에서 도망쳤는데 당신들은 그가 범인임을 어떻게 확신하나요?”
“물론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취 선생과 저택의 하인들 모두가 그의 얼굴을 봤고요.”
“왜 취웨이의 시신에는 총격과 추락의 상흔이 있었을까요?”
“루자셴이 침입한 서재의 서랍에 취 선생의 권총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고, 취웨이는 부딪혀* 총에 맞아 죽어 창턱에 떨어지게 된 겁니다. 우리들 달려간 경찰관들은 모두 직접 보았고 시체는 마당에 있는 큰 오동나무 아래에 누워 있었습니다.”
*문장 정리가 안 되어서…^_ㅠ 둘이 대면했다는 뜻,,,
“이 모든 것을 증명할 다른 증거는요?”
“정원 담벼락에 기어오른 흔적이 있고, 루자셴이 취 가 저택에 불법 칩임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그럼 그 담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취 선생님의 말만 의거하는 거겠네요?”
“펑 양!” 나는 그녀를 꾸짖었다. “당신의 생각은 매우 위험하군요. 취 선생님은 취웨이의 친 형이며, 역시 이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어떤 형이 친동생을 표본으로 만듭니까?” 내 말이 그녀의 마음을 찔렀고, 펑즈쮠의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어떤 형이 동생의 실종된 시체에 대해 무관심하고, 또 사람들에게 그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흥을 보이겠어요?”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우리는 한동안 묵묵히 대치하다가, 결국 나는 한숨을 돌렸다. “저희는 경찰입니다. 사건을 처리할 뿐이지, 남의 집안일에 관여할 권리는 없어요.”
“……”
“아마도 취 선생님은 단지 그의 연약함을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그것은 그의 특별한 기념 방식이겠지요.”
내가 열심히 설득하자 펑즈쮠이 표정은 마침내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물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집안일일 뿐일까요?”
“그건,” 나는 생각을 바꿨다. “당신은 방금 강도 살인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목격 증언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방금 말한 것은 모두 당신의 추론일 뿐이고, 전혀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은 해봤습니까? 설마 당신의 근거 없는 추측을 가지고 취 선생 같은 귀인에게 죄를 물으려고요?”
“전 다시 노력할 거예요······”
“됐어, 됐습니다!” 나는 상냥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즈쮠 양, 저는 이해할 수 있어요. 당신처럼 탐정 소설을 좋아하고 로맨틱한 환상이 가득한 소녀에게 이 사건은 특히 당신의 상상력을 자극할 겁니다. 특히 범인이 잘생긴 소년일 때, 당신은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것이고, 그를 위해 이야기를 지어낼 수 밖에요.”
펑즈쮠의 얼굴은 갑자기 상기되었고, 마치 굴욕을 당한 듯 했다. “경장님, 저는 결코 이런 이유로······”
“알아요, 다 이해해요.” 나는 다시 그녀의 말을 잘랐다. “하지만 당신은 받아들여야 해요. 현실은 결코 탐정 소설처럼 굴곡져 있지 않다는 것을요. 진상은 이미 당신 앞에 놓여 있잖아요.
사건의 경위는 이렇게 간단합니다. 그래도 당신의 일에 대한 열정은 매우 좋아서 제게 당신의 태도를 보여주었고, 제 쪽에도 정말 흥미로운 의문점이 하나 있으니 당신은 연구해봤으면 하군요.”
나는 까다로운 사건을 골라 그녀에게 서류를 건네주었고, 펑즈쮠은 침묵하며 받아들였다.
“가봐요. 당신의 지혜를 실전에 적용해보세요. 저는 당신이 제게 새로운 시야를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어요.”
펑즈쮠은 서류를 안고 돌아가려다가, 그녀는 손으로 문 손잡이를 잡았으나 또 멈칫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작게 울렸다. “경장, 당신은 취웨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안 드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저는 벽난로 위의 사슴처럼 그의 시체는 그렇게 보였어요.” *사슴=시체 같은 느낌…?
그녀는 결코 내가 대답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밖으로 나갔고 다시 사무실 문을 닫았다.
나는 기진맥진하여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서 마음속으로 취옹이라는 변태를 욕했다. 나는 정말 이 문제를 건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또 누가 유혹을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나는 일어나서 전화기를 들고 취옹의 서재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취 선생님, 접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셨나요? 네, 네, 완전히 해결되었습니다.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좋아, 내가 역시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었군.”
04.
나를 성부로 전근 시키라는 명령이 드디어 다음주 월요일 내 손에 전달되었다.
나는 이전의 번민을 털어내고 기분이 유쾌해지자, 경찰들은 점심시간을 틈타 나를 위한 송별회를 열었다.
펑즈쮠은 작별 인사 무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경찰관은 그녀가 하루종일 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들은 이미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맥주를 들어 마셨고, 축복의 소리 속에서 모두와 작별 인사를 했다.
마차는 일찌감치 찾아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잘 아는 경찰관이 짐을 들어 주었고, 술에 취한 나를 부축해 차에 올랐다.
나는 편안하게 자리에 누워 있었고, 사륜마차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는데 나의 앞길을 향해 달려가는 듯 했다. 차창 밖의 거리 풍경은 변화하고 어느새 나는 잠이 들어 마차의 격렬한 움직임이 나를 깨울 때까지 잤다.
나는 얼떨떨해졌는데 이미 도시를 떠났고, 날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마차가 달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차체가 거의 다 부서질 것 같다. 나는 마부에게 천천히 달리라고 소리쳤지만, 마차는 더욱 심하게 흔들릴 뿐이다. 나는 괜히 불안해져서 창문을 당겨 마부를 욕하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정신이 들었다. 나는 마차가 미친듯이 달려 강둑을 뛰어내려가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