孟还/太傅他人人喊打

1장. 분주부본汾州副本 (1)

유유𓅨🦋 2025. 2. 6. 17:38

형부(刑部)[각주:1] 옥사 안, 날카롭고 참혹한 비명이 갑자기 울려 퍼졌고, 채찍에 살갗이 터지는 소리와 뒤섞였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며 거칠게 욕을 퍼부었다.

“——계회진(季怀真)! 이 개도적아[각주:2], 늦든 빠르든 곱게 죽지는 못할 것이다!”

“네놈은 충신과 양민을 해치고, 위로는 속이고 아래로는 기만했지! 옛 주군까지 저버렸고!”

“대제(大齐)의 역대 선조께서 보우하시니, 너 같은 간신이 정사를 어지럽히게 두지 않으신다!”

옥사 밖. 옥관으로 머리를 틀어올린, 서 있는 자세가 반듯한 사람이 참지 못하고 코웃음을 한 번 쳤다. 그는 스쳐 지나가던 쥐를 발로 걷어차며, 조금도 밀리지 않겠다는 듯 되받아 욕했다. “이 개같은 종마 자식아! 네 역대 선조의 영이 나타나거든, 네놈의 이 한심한 목숨이나 한 번 구해달라고 해라!”

옆에 있던 관리는 끊임없이 아첨하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 이미 이 나라의 태부가 체면을 중시하고, 겉치레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급히 사람을 시켜 일찍이 준비해둔 거위털 방석을 얹은 황죽나무 조각 의자를 옮겼고, 이어 기운을 돋우는 뜨거운 차가 담긴 주전자 하나도 준비하게 했다.

계회진이 힐끗 곁눈질로 흘겼다. 작은 시종이 시중을 들었고, 그는 겸손한 태도로 앉았다.

형틀 위에서 채찍을 맞고 있는 사람은 입을 다물지 않았고, 도리어 점점 더 크게 소리쳤다. 그는 죽기 전 마지막 힘을 쏟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큰 소리로 웃은 뒤, 욕했다. “호수를 떠도는 객이 우연히 말의 초(屌)를 보는 꼴, 강을 건너는 사람이 소의 조(肏)[각주:3]에 교합하는 꼴이구나……오늘 나는 도랑에서 배가 뒤집혀, 하찮은 젊은 관료인 네놈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계회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 작은 시종도 덩달아 안색이 바뀌더니, 겁에 질린 채 벌벌 떨며 계회진을 힐끗 보았다. 관원이 형벌을 받는 사람의 입을 막으려는데, 계회진이 느긋하게 의자에서 일어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주전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형을 집행하는 관원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이때, 그는 희고 깨끗한 손을 비스듬히 내밀어, 피가 묻은 가시 채찍을 받아들었다.

계회진은 침착하게 분부했다. “소금 한 주머니를 가져 와라.”

눈앞의 형틀 위에는 한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헝클어져 산발이 된 머리, 채찍에 터진 살갗과 낭자한 선혈. 간들간들한 숨을 고른 그는, 두려움 없이 계회진과 시선을 마주했다. 계회진은 소금 주머니를 받아, 모조리 손에 든 찻주전자에 쏟고 흔들며, 무심한 투로 말했다. “소의 조에 교합한 건 알겠는데, 강을 건너는 사람은 무슨 뜻입니까? 나를 노 젓는 놈이라며 욕한 겁니까? 삼전하께 가르침을 청합니다.”

삼전하는 ‘퉤’ 하고 계회진을 향해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옷 앞섶을 온통 붉게 물들인 그는, 뜻밖에도 웃었다. “계정업(季廷业)은 네 놈의 조를 욕보이고, 네 놈은 또다른 이의 조를 욕보이지. 나는 너희 계 가는 위에서 아래까지 통틀어, 전부 비열한 인간들이라고 욕했다.”

계회진은 남에게 코앞에서 손가락질을 받으며 한바탕 욕을 먹고도, 배운 것이 없어 손해를 보았다. 그는 다른 사람이 그를 어떤 식으로 욕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결국 되레 마음을 비우고 가르침을 청하며 상대가 대체 무엇이라 욕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아 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가볍게 웃으며 네 글자를 뱉었다. “저속하긴.”

삼전하는 곧장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려 재차 욕을 퍼부으려 했다. 그에 계회진이 굵은 소금이 섞인 뜨거운 차를 가시 채찍 위에 끼얹더니, 머리 위에서 얼굴을 덮치듯 한 차례 내려쳤다. 비명은 즉시 터져 나왔다. 이전 것보다 훨씬 컸으며, 그만큼 처참했다.

가히 보살 같은 얼굴에, 흉악하고 악랄한 마음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몇 차례 숨이 오가는 사이, 그 처절한 비명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이윽고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소금물에 젖은 채찍은 가볍게 땅에 던져졌고, 계회진이 흘린 혼잣말만이 남았다. “……저들은 평소엔 내가 큰 글자도 모른다고 비웃고, 소인배가 운 좋게 득세하여 남들의 웃음거리나 된다고 떠들더니, 정작 성질이 일면 나 같은 거친 사람과 다를 바 없군. 조(肏)니 뭐니, 끝도 없이 지껄이는 꼴이라니.”

그는 고개를 숙여 피로 흠뻑 물든 앞섶을 한 번 보고는, 기운 빠진 목소리로 하인에게 말했다. “삼희(三喜), 마차를 준비해. 입궁하여 누님을 뵈어야겠다.”

삼희라고 불린 하인은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인, 문밖에는 아직 삼전하를 변호하려는 이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때 나가시면, 또다시 설전이 벌어질까 염려됩니다.”

그는 본래 계회진을 말려,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가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계회진의 얼굴에 드러난 불쾌한 기색을 보니, 아까 면전에 손가락질을 받으며 ‘뒷구멍을 욕보인다’며 욕을 먹은 일로 아직 화가 남아 있을까 두려웠다. 결국 말을 바꿔 중간쯤에서 만류했다. 이때, ‘뒷문으로 가시라’는 말을 꺼냈다간, 계회진이 장정 열댓를 불러 제 뒷구멍을 차례로 지나가게 할지 모른다.

계회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내가 내린 명도 아닌데, 황제나 찾아뵐 것이지. 아니면 대전하를 찾아뵙거나. 황제는 감히 욕할 엄두를 못 내고, 대전하도 감히 욕하지 못하니, 결국 나를 찾아와 욕을 하겠단 건데, 이게 대체 무슨 이치인가?”

이경(二更)[각주:4] 무렵, 마차 한 대가 형부 대문을 나섰다. 가는 곳마다 관원들이 빽빽이 늘어서 마차 앞을 에워싸 막아 세우니, 물 샐 틈도 없이 막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다. 무관들은 직설적으로 계회진의 조상 십팔 대의 조를 욕했고, 문관들은 완곡하여 타령조의 시를 지어 계회진이란 간신이 권세를 잡았으니, 대제는 머지 않아 끝이라고 비꼬았다.

계회진이 마차의 휘창을 걷어 올리고, 사람들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폐하께서 아직 단약에 쓸 사람이 모자라신데, 혹 어느 분의 사주팔자가……”

한 차례 위협과 회유를 적당한 선에서 끝내자, 사람들은 그제야 잠잠해졌다. 다시 보니 계회진은 비켜서지 않으면 마차를 몰아 밀고 가겠다는 얼굴이었기에, 마지못해 마차 앞에서 길을 터주었다.

오직 무리 중 한 사람, 방금 전 유일하게 욕설을 퍼붓지 않았던 사람만이 복잡한 얼굴로 계회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말을 잇고자 했으나, 계회진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마부에게 계속해서 몰라고 지시를 내렸고, 마차는 황궁을 향해 나아갔다.

삼희는 조심스럽게 계회진을 시중들며 다리를 두드리고 있다가, 난처한 기색으로 말했다. “대인, 삼전하의 시신을 어찌 처리해야 할 지요. 형부에서는 감히 폐하께 여쭙지 못해, 어찌할 도리가 없어 대인께 판단을 청하겠답니다.”

계회진은 눈을 감은 채 쉬고 있었는데, 이를 듣자 못마땅한 기색으로 코웃음을 한 번 쳤다. 아직 분이 가시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끌고 가서 개에게 먹여라. 감히 나를 욕하다니.”

삼희는 더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잠시 뒤, 계회진이 눈을 뜨고 못마땅한 기색으로 말했다. “형부에 명해 시신을 예부(礼部)[각주:5]로 옮기게 하라. 그쪽에서 처리할 일은 처리하게 두고. 폐하께는 내가 가서 고할 것이다.”

말을 마친 그는 다시 눈을 감고 마차 안에 마련된 침상에 기대어 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 가서 처리해라. 늦으면 저 귀단들이 또다시 하늘에 울부짖고 땅을 치며 소란을 피워 대전하를 놀라게 할 테지. 그렇게 되면 삼전하는 개에게 먹히지 않으려 해도 결국은 먹힐 수밖에 없다.”

삼희가 ‘알겠습니다’ 하고 소리 내어 응하며, 끊임없이 계회진에게 아첨을 늘어놓았다. 대인께서는 마음이 선하여 저 제미붙을 놈들, 멍청한 것들과는 따로 따지지 않으신다느니 하는 말들이 이어졌다. 이를 들은 계회진은 마음이 번잡해졌고, 막 발로 걷어차 버리려던 참에, 무언가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오늘 밤엔 누가 있지?”

삼희가 몇 사람의 이름을 고했다.

계회진이 잠시 생각하더니, 불순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육습유(陆拾遗)는 타고나길 청렴결백하고 공정무사하며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지? 삼전하를 그의 육 가로 옮겨 보내. 이 썩은 판은 그에게 맡긴다. 내가 벌인 일을 감히 처리할 수 있는지, 기강을 바로 세운다며 나를 정리할 수 있는지, 두고 봐야겠어.”

그가 차기도 전에, 삼희는 스스로 굴러 나갔다.

귓가가 마침내 조용해지자, 계회진은 그제야 숨을 내쉬고, 피로 물든 옷을 갈아입은 뒤 깊이 잠들었다. 이후 마부에게 불려 깨어난 그는, 마차 휘장을 들추고 늘 하던 대로 마부의 등을 발판 삼아 밟고 내려왔다. 그대로 큰 걸음으로 지나가니, 감히 가로막는 이가 없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 이르러 멈추자, 계회진은 소매를 걷어올렸다. 그는 떨리고 있는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았고, 그 자리에 서서 힘주어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곧 비가 내릴 듯했다. 공기 속에 스며든 흙의 비린 기운을 맡자, 그는 되려 옅은 구역감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연못에 비춰 보니, 얼굴빛이 창백해 마치 외로운 혼령 같았다.

“옛 주군을 배반했다라……”

계회진이 짧게 웃음 섞인 소리를 내며, 성큼 걸음을 옮기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설마 그가 못하겠어.”

황제의 서재를 지나가다 보니, 안쪽에 불빛이 어른거리고, 종이창 위로 사람 그림자가 희미하게 비쳤다. 한 사람은 머리에 면류관을 쓰고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히고 있었고, 관 앞의 유주(流珠)[각주:6]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손에 불진(拂尘)[각주:7]을 들고 바닥을 쓸 듯이, 황제의 가슴 앞에서 이리저리 휘두르며, 법술을 행하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계회진은 곁눈질하지 않고 황후의 침궁까지 가, 여러 궁인들을 물린 뒤 문을 밀고 들어갔다.

황후는 책을 보고 있다가 놀랐으나, 온 사람이 계회진임을 알아보고는 마지못해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깨기는 커녕 곤히 잠든 황자를 한 번 보고는,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몇 번이나 말했잖아. 오기 전에 먼저 알리라고. 정말 네 누나를 놀라 죽게 할 뻔 했어.”

그녀는 고개를 들어 웃으며 동생을 보다가, 이내 멈칫하더니 곧 평소대로 돌아왔다.

계회진은 겉에 두르고 있던 남의 위세를 빌린 태도와 사람을 안중에 두지 않던 기색을 거두고, 품에서 자수 문양 견본 하나를 꺼냈다. 등불 아래에서 자세히 펼쳐본 그는, 황후의 손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며칠 전 길에서 봤어. 아전(阿全)에게 옷을 만들어 줄 때 사용해.”

방금 전, 옥사에서 사람을 끌어낼 때의 그는 흉신악살[각주:8]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말과 기색이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그는 황자의 침상 앞에 앉아, 희고 통통한 발을 가볍게 손바닥에 받쳐 들고 한 번 살펴본 뒤, 제법 곤혹스러운 듯 말했다. “벌써 네 살인데 발이 아직도 이렇게 작구나. 이러면 나중에 키가 클 수는 있을까.”

“외조카는 외숙부를 닮는다는데, 너 자신을 좀 봐. 아전이 키가 작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있니? 내일 아침에 입궁해서 인사를 올리고 교지를 받기로 한 거 아니었어? 어째서 오늘 밤에 들어온 거야?”

황자는 그 바람에 잠에서 깨어, 잠기운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외숙부를 보더니, 놀라 와앙 울음을 터뜨렸고, 곧 궁녀에게 안겨 밖으로 나가 달래졌다.

계회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돌아서 누이를 보았다. “내가 뭘 했다고?”

황후는 짧게 한숨을 쉬고, 몸에 지니고 있던 수건을 물에 적셔 부드럽게 만들었다. 계회진은 키도 크고 체격도 컸지만, 누이의 부드러운 손이 어깨를 눌러오자 별다른 저항도 없이 의자에 앉았다.

차가운 수건이 그의 얼굴에 눌렸다.

계회진은 순간 멈칫했다가, 계만협(季晚侠)이 제 얼굴을 닦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조금 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터라,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물, 좀 이상한 냄새가 나.”

“네 조카의 발을 닦는 물이야. 아직 버리지 못했으니, 그냥 써.”

계만협은 웃으며 말하다가, 그 웃음을 거두었다. 그녀는 남동생을 애틋하게 바라볼 뿐, 방금 어디에 다녀왔는지, 이 몸에 서린 살기의 근원이 어디인지 묻지 않았다. 그녀의 호기심은 끝내 이 깊은 궁궐의 높은 담장에 의해 삼켜졌고, 머리 위에 얹힌, 구슬과 보석으로 무거운 봉관에 눌려버렸다.

계회진은 더 말하지 않았다. 잠시 망설인 뒤, 말을 고르듯 입을 열었다. “누나, 사흘 뒤면 내가 이융(夷戎)으로 떠나. 일이 작지 않아서, 아마 반년은 지나야 돌아올 것 같아. 누나가 걱정돼. 궁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 지내. 누가 감히 말 한마디라도 얹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 지금 당장 짐 싸서 나랑 가자.”

황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어디에도 가지 않을 거야. 이 궁 안을 지킬 뿐이지.”

계회진은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으려 했으나, 황후의 태도가 완강한 걸 보고서야 할 수 없이 물러섰다. 그래도 미련이 남은 듯 말을 이었다. “그럼 삼희를 남겨 둘게. 약삭빠르고 잔꾀를 부리긴 해도, 그 집안 식솔들 목숨이 전부 내 손에 있으니, 당분간은 감히 소홀히 굴지 못할 거야. 조정에 변고가 생기면, 곧바로 삼희에게 사람을 시켜 칙륵천(敕勒川)으로 보내 나를 찾게 해. 거긴 이융인의 지반이니까.”

황후는 표정이 복잡했고, 말을 꺼내려다 멈추기를 몇 번하더니, 끝내 길게 한숨을 쉬었다. “동생……네가 비록 위극인신[각주:9]의 자리에 올랐다고는 해도, 경외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 삼희가 네 하인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대하고 때려도 되는 건 아니야. 네가 그에게 은혜를 베푼 것도 사실이지. 하지만 늘 가까운 사람을 붙잡아 협박하고 몰아붙이면, 시간이 지났을 때 원망을 품게 되기 마련이야. 네가 의심이 많은 건 알지만, 이만큼 세월이 흐른 데다, 삼희도 그간은 충심을 보였잖아. 조금은 더 잘 대해 주는 게 어떻겠니.”

계회진은 침묵했다.

……그는 본래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하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도 없었다.

황후는 그의 표정을 엿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의 손을 잡아 이끌며 걱정스레 말했다. “이번에 가면, 언제 돌아올지 알 수가 없구나. 삼희는 네가 데려가렴. 그래야 누나도 마음이 놓이지.”

멀리서 황제의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이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문 앞을 스쳐 지나갔다. 여러 궁인들이 ‘폐하, 조심하십시오’하고 외치며 뒤따라 달려갔다.

황후는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다가, 막 일어나 나가 보려 했다. 그에 계회진이 성급하게 그녀를 눌러 앉혔다.

“신경 쓰지 마. 또 무슨 신공 타령이겠지.”

잠시 말이 끊겼다. 황제의 웃음소리는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다. 황후는 눈가를 붉혔고, 귀 옆의 잔머리를 쓸어 넘기며 숨을 고르더니, 끝내 흐느끼며 말했다. “……십 년 하동(河东), 십 년 하서(河西)라더니.[각주:10] 이전에는 이융에서 질자(质子)를 보내 알현하려 했는데, 몇 해 지나지 않아 우리가 먼저 사람을 보내 화친을 논하게 될 줄은 몰랐어. 폐하께서 노여움에 삼전하를 가두긴 했지만, 언제 풀려날 지도 알 수 없고……너마저 떠난다니. 이때 타타르(鞑靼)[각주:11]인이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어찌해야 할까. 누난 널 보내고 싶지 않아.”

계회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삼전하가 이미 옥사에서 죽었고, 그것이 자신의 손으로 처단한 것임을 황후에게는 감히 말할 수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누나, 조정엔 돈이 없어서, 전쟁을 치를 수가 없어. 타타르가 아직 쳐들어오지 않은 틈을 타, 이융과 손을 잡고 그들을 상대하는 수밖에.”

“원래 지목된 사람은 육습유였잖아. 그런데 네가 왜 그를 대신해야 해. 육 가를 위해 이처럼 많은 일을 하고,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거야?”

황후가 궁 내부의 비밀을 거리낌 없이 꺼내자, 계회진은 굳은 얼굴로 ‘쉿’ 하는 소리를 냈다.

그는 이어서 살짝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뜻을 표했다.

황후는 자신이 실언했음을 알아채고,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자책이 스며 있었다.

계회진은 어릴 적부터 누나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달래듯 말했다. “약속할게, 이번이 마지막이야. 알겠지? 누나, 좀 쉬어. 떠나기 전에 다시 올게.”

그가 발을 떼려는 순간, 황후가 갑자기 불러 세웠다. 돌아보자, 황후가 일어나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요즘 몸이 좋지 않으셔. 떠나기 전에,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뵈고 가는 게 좋겠다.”

한 줄기 바람이 바닥을 스치며 불어오자, 낙엽이 발치에 날리며 빙글빙글 돌았다. 황후는 무릎까지 오는 검은 머리를 하고, 이월(二月)의 찬바람에 몸을 살짝 떨었다.

계회진은 회피하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누나, 날이 추우니, 이만 들어가 봐.”

말을 마치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궁인들이 손에 야등(夜灯)을 들고 뒤따랐지만, 황후의 시선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


【작가가 하고 싶은 말:】

여러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이전과 같은 지뢰 요소에 대한 헛소리입니다. 특정 성향 독자들이  서로 싸우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제가 이 글에서 공을 통제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공 중심 독자들을 위한 경고일 뿐, 수 중심 독자들이 안심하고 마음 놓고 보라는 뜻이 아닙니다. 반대로, 수를 통제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수 중심 독자들을 위한 경고일 뿐, 공 중심 독자들이 구덩이로 바로 뛰어들라는 뜻이 아닙니다.  

또한, 중립을 지키려는 독자들은 제게 기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일부러 편을 들지 않고, CP를 깨뜨리지도 않습니다. 글 속에서는 그런 ‘중립’이 전혀 적용되지 않아요. 제가 글을 쓰는 유일한 목표는, 주인공수의 사랑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어 그들이 HE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댓글 창이 하늘과 땅이 뒤집힐 정도로 시끌벅적해도, 저는 아무런 일이 없는 사람처럼 계속 생각합니다. 얘네 왜 이렇게 질질 끌지, 결혼 언제 함?

여러분, 글은 그냥 즐겁게 읽으세요. 싸우지는 마시고요. 싸워도 제가 쓰는 글의 전개에는 아무 영향도 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싸움이 거세질수록 저는 더 신나서, 글의 한 글자조차 절대 바꾸지 않을 겁니다.

사랑스러운 공·수 통제파 언니, 여동생, 오빠, 남동생, 큰아버지, 큰어머니, 삼촌, 이모 모두가 마음에 드는 ‘먹을거리’를 찾길 바랍니다. 혹시 글을 읽다가 변을 먹게 된다면, 정말정말 미안해요. love & peace. 좋습니다, 제 방어막은 이제 거의 준비 되었네요. 모두 즐겁게 글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지금 보면 이 변명(헛소리)이 조금 과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 후반부에서는 꼭 필요한 내용이 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여러 번 마음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today me is not yesterday me!!!!To all of my keaide duzhe day day happy!!!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 ! ! ! 내 모든 팬 여러분, 매일매일 행복하세요 ! ! ! )





  1. 刑部; 형부. 중국 고대 중앙 관청 가운데 하나로, 형벌과 재판, 옥사를 관장하던 관아를 뜻한다. [본문으로]
  2. 狗贼; 구적. 중국 사람들이 극도로 경멸하는 욕설로, 주로 배신자나 간신을 욕하는 용도로 쓰인다. [본문으로]
  3. 중국 청대의 소화집 <소림광기(笑林广记>)의 <단대(单对)>중에서. 초(屌)는 인간 남자와 동물 수컷의 생식기, 조(肏)는 인간 여자와 동물 암컷의 생식기를 뜻하는 한자이다. 조의 경우, 인간 남자와 동물 수컷의 뒷구멍(…)을 낮추어 부를 때도 쓰인다. [본문으로]
  4. 二更; 밤을 다섯 구간으로 나눈 것중, 두번째 경각이다. 대략 밤 9시~11시 사이. [본문으로]
  5. 礼部; 예부. 고대 중국의 육부(六部)중의 하나로, 의례(仪礼;국가나 황실 등의 행동 규범)·제전(祭典;제사와 제례)·학사(学事;국가의 학문 및 교육)·고시(考试;관리 선발 제도)등의 일을 맡아보았다. [본문으로]
  6. 流珠; 유주. 면류관 앞에 늘어뜨린 구슬을 매단 줄을 뜻한다. [본문으로]
  7. 拂尘; 불진. 손잡이에 말총이나 마섬유 같은 기다란 술이 달린 채찍 모양의 도구로, 의례나 도술, 주술적 행위에 쓰이는 상징물이다. [본문으로]
  8. 凶神; 恶煞; 흉신; 악살. 귀신처럼 흉악하고 살기 등등한 모습을 뜻한다. [본문으로]
  9. 位极人臣; 위극인신. 신하로서 오를 수 있는 지위의 극점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군주를 제외하면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는 최고 권력을 가진 신하. [본문으로]
  10. 十年河东十年河西; 십 년 하동, 십 년 하서. 흐르는 강물이 자주 방향을 바꾼다는 자연 현상에서 유래한 표현. 세상의 형세와 운세가 끊임없이 바뀐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11. 鞑靼; 달단. 타타르. 유라시아 초원 지대의 튀르크계 민족의 총칭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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