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杯茶/群星之间

군성지간 번외 1장. 극광지하*

丹英 2025. 4. 1. 16:50


“알료샤, 방금 여관 주인이 제리베르카에서는 거의 매일 오로라를 볼 수 있댔어.”

“그래, 나도 들었어.”

“그리고 지금은 극야에 처해 있지.”

“우리는 이미 북극권 안에 들어섰어.”

“내가 하려는 말은……” 예이린은 여관의 간이 침대 옆에 앉았고, 알료샤가 이미 목도리와 모자를 착용한 것을 보았다.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하단 거야. 지금 나갈 필요는 없지 않아?”

“오늘과 내일의 하늘은 달라. 날 믿어 봐.”

예이린은 힘없이 침대 머리에 기대었다. “난 너를 믿어. 단지 버스를 타면 흔들림을 겪고 늘어져서 못 걷게 될까 봐 그래.”

알료샤는 침대 옆으로 향했다. 뒤이어 몸을 숙이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널 업을게.”

“아냐, 바깥의 눈밭이 두터워서 함께 넘어지게 될 걸.” 예이린은 열심히 설득했다. “내일은 안 될까? 우리 일단 푹 쉬자.”

“오늘은 달라.” 알료샤는 계속해서 그를 응시했다.

설득에 실패하자 예이린은 아예 눈을 감았다. 그는 침대에 반듯이 누워 행동으로 거절 의사를 표했다.

그가 이렇게 하는 것을 본 알료샤는 웃었다. 곧 이어서 읊기 시작했다.

“엘비나, 친애하는 친구여! 자, 내게 손을 뻗어 줘.
나는 시들고 있어. 내 삶의 악몽을 깨주길.”

푸시킨의 <그녀에게>[각주:1]였다. 예이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을 뜨고 앉았다. “가자, 갑시다.”

여관 대문을 나서자마자 영하 20도의 차가운 바람이 휙휙 불어왔다. 예이린은 두꺼운 목도리에 얼굴을 묻고, 알료샤의 곁으로 더 가까이 붙었다.

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설원을 향해 나아갔다. 두텁게 깔린 눈이 발 밑에서 푹푹 소리를 내며 꺼졌다. 먼 곳의 눈으로 뒤덮인 산과 바다는 고요했고, 항구의 어선은 약간의 빛을 비추었다. 깊은 밤하늘의 별이 선명하고 밝아 마치 세계의 끝처럼 느껴졌다.

탁 트인 설원에 다다르자 멀리서 갑자기 중국어로 이뤄진 큰 외침이 들려왔다.

“안녕—! 고향 친구!”

놀란 예이린은 고개를 돌렸고, 한 무리의 중국 청년들이 그곳에 모여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반응을 보이자 몇몇 소녀들은 “내가 중국인같다고 말했잖아”라며 흥분하며 떠들었고, 몇 명의 소년들은 그를 향해 열정적으로 두 손을 흔들었다. “당신도 러시아로 여행 온 건가요? 저희들과 동행하지 않을래요? 저희 훠궈도 챙겨왔거든요—!”

훠궈라는 단어가 그를 1초간 들뜨게 만들었다. 그러나 옆에 있는 알료샤를 떠올린 예이린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당신 잘생겼는데, 번호 좀 줄 수 있을까요!” 한 소녀가 두 손을 입가에 모으고 농담하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당신 옆에 있는 서양인도 잘생겼어요! 그는 서양인이라는 말을 못 알아들었겠죠?”

그 청년들이 크게 웃자 예이린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

알료샤는 영문을 몰랐다. “다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예이린은 그의 목도리 밖으로 드러난 윤곽이 뚜렷한 옆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녀는 네가 잘생겼다고 칭찬했어.”

알료샤는 재빨리 러시아어로 고마움을 표했다. 예이린은 그를 대신하여 번역을 전했고, 이어서 이 활력이 넘치는 젊은 친구들에게 재차 손을 흔들어 작별을 고했다.

그들 두 사람은 설원의 깊은 곳으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동포를 만난 마음이 더욱 따뜻해진 예이린의 얼굴 위 웃음기는 한참동안 이어졌다.

알료샤는 그를 향해 말했다. “어느 곳을 가든 중국인이 있네.”

“그럴 수밖에, 우리는 인구가 많으니까.”

“린, 너를 알게 된 후로, 나는 이런 중국인들을 보면 친절함을 느껴. 그들은 너와 같은 검은 머리카락과 눈을 가지고 있어.”

이 말을 들은 예이린의 마음은 한바탕 부드러워졌다. “알료샤……”

“봐.” 알료샤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깜짝 놀란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예이린은 고개를 들었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 멍해졌다. 은하수가 깔린 밤하늘 위로 넓은 영록색의 빛이 떠올랐다. 이는 마치 우주에 드리워진 빛의 장막처럼 거의 온 하늘을 가릴 듯 했다. 다만 안개처럼 가벼워 끊임없이 나풀거렸다.

“오로라의 대규모 폭발.” 알료샤가 말했다. “이건 오로라 여신의 치맛자락이야.”

“정말이지 아름다워.” 예이린은 중얼거렸다. “네가 옳았어, 알료샤. 우리는 오늘을 놓쳐서는 안 됐어.”

“아무렴.” 알료샤의 목소리는 꽤 의기양양하게 들렸다.

이전의 피로가 걷히자 예이린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내가 사진 찍어줄게.”

그는 어렵게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고, 알료샤를 지휘해 앞자리로 가서 똑바로 서게 한 뒤, 왼쪽으로 두 걸음 옮기고, 세 걸음 물러서는 등 한참을 조정했다. 마침내 구도에 만족한 예이린은 휴대전화를 들었고, 깜깜한 스크린과 대면했다.

“……” 예이린은 장갑을 벗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참으며 스크린을 몇 번 찔러 보았지만, 반응은 없었다. 그는 재차 휴대전화를 켜려고 시도를 했다.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료사가 이쪽으로 걸어왔고, 그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추워서 전원이 꺼져버렸어.”

알료샤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들여다보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내 것도 마찬가지야.”

두 사람은 어쩔 방도가 없었기에 몇 초 동안 서로의 눈을 응시하다가, 문득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뒤이어 아예 휴대전화를 치우고 나란히 선 채로 보기 드문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는 것에 전념했다.

애석하게도 날씨가 너무 추웠다. 예이린은 장갑을 잠시 벗어두었는데, 얼마 서 있지 않아 손가락과 얼굴이 얼어붙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손을 비볐고, 고개를 숙여 거의 마비된 듯한 얼굴을 문질렀다.

알료샤는 그의 몸짓을 보고 웃으며, 손을 뻗어 얼굴을 문지르는 그의 손을 덮었다. “정말 그렇게 추워?”

“진짜 너무 추워!” 예이린은 고개를 살짝 들고 그를 보았다. 볼은 이미 얼어서 붉게 상기되었다.

이렇게 되자 알료샤가 예이린의 손을 덮은 두 손이 그의 얼굴을 감쌌다.

알료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가까이 다가갔고, 예이린은 숨을 죽일 뿐 꿈쩍도 하지 못했다. 그는 상대방의 짙은 남색 눈과 옅은 색을 띠는 속눈썹을 똑똑히 보았다. 눈을 감자 서늘한 입술이 닿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오로라가 그들의 머리 위를 천천히 맴돌았다. 어느 누구도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입을 맞췄는지 정확히 말할 수 없었다. 떨어졌을 때 두 사람은 호흡이 가쁘고 더웠으며, 그외에도 온몸이 이미 얼어서 굳은 것 같았다.

“정말 춥네.” 알료샤는 찬성하며 말했다.

“그럼 우리 돌아갈까?“ 예이린이 말했다.

그들의 손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이심전심으로 손을 잡은 채 말없이 여관으로 돌아갔다. 따뜻한 방 안에 들어서자 두 사람은 목도리와 모자를 벗고, 두꺼운 겉옷을 벗었다. 재차 몸을 돌려서 마주했을 때 네 쌍의 눈이 뒤섞였다. 둘은 참지 못하고 두번째 입맞춤을 나눴다.

알료샤는 예이린을 품 안 가득 끌어안았다. 입술과 치아 사이는 더욱 뜨거웠다. 그의 손은 상대방의 등허리를 타고 내려가며 더듬었다. 예이린은 등골이 나른해져 다리의 힘이 풀렸다. 가쁘게 호흡하며 눈을 들어 그를 보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예이린이 눌려서 눕고, 침대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나서야 알료샤는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잠깐만, 여기엔 아무것도 없는데다.” 알료샤는 고민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편의점이 없으니,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어.”

예이린은 더욱 놀랐다. “너 준비 안 했어?”

“안 했지.”

“난 여기서……”

“네가 오로라를 보러온 거라고 말했으니까.”

“……”

예이린은 말문이 막혔다. 이 서양인의 뇌 회로가 이렇게 곧을 수가 있다니!

알료샤는 유감스러운지 그의 이마에 짧게 입 맞추고는, 그의 셔츠에 들어간 손을 거둬들였다.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

예이린은 다급하게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런데 너…… 꼭 넣어야 해?”

한 마디가 끝나자 그의 얼굴은 온통 붉어졌다. 의외로 알료샤는 얼이 빠졌는데,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뇌를 빠르게 굴리고 있는 것 같았다.

예이린의 얼굴은 붉어서, 곧 피가 떨어질 것 같았다. 그는 끝내 견딜 수 없어 손을 뻗으며 그를 밀었다. “됐어, 나가서 저녁이나 먹자.”

알료샤는 되려 몸을 숙이더니 그를 꼭 껴안고 뺨을 문지르며 말했다. “고마워, 자기야.”

예이린은 얼굴을 그의 어깨에 묻었다. 부끄러워서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알료샤는 재차 물었다. “그럼 내가 널 깨물어도 괜찮아?”

“……“ 예이린은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답했다. “그래도 돼.”

알료샤는 즐거워하며 몸을 일으켜 그를 자세히 보았다. 뒤로는 입맞춤이 이어졌다.



작가는 할 말이 있다:
첫 입맞춤과 유사 꾸금, 예 감독과 대과학자의 젊은 시절입니다 ㅎㅎ

*极光之下; 극광지하. 오로라 아래라는 뜻.



  1. <그녀에게>는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알렉산드로 세르게예비치 푸시킨(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의 시를 엮어낸 국내 번역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에 수록된 시이다. 추후 해당 시집 번역서를 참고하여 위의 문장을 수정할 예정이오니, 대충 저런 느낌이구나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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