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杯茶/群星之间

군성지간 번외 2장. 두 번의 통화

丹英 2025. 4. 2. 16:14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 쉬쩌는 전신이 멍해졌다. 그제서야 자신이 예이린에게 설정한 전용 벨소리를 바꾸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쉬쩌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책상 위에 놓인 화면이 켜진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에 대비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번에 갑자기 걸려온 예이린의 전화를 받은 게 어느덧 2년 전으로, 당시 <군성지간>은 촬영을 준비하는 단계였다. 그는 전화 너머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쪽에서 SF 영화를 하나 계획하고 있는데, 남주인공 역에 네게 잘 어울릴 것 같아. 3월쯤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고, 촬영 주기는 대략 반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스케줄 괜찮겠어?”

쉬쩌는 휴대전화를 움켜쥔 채 어느 정도의 원망을 담긴 말문을 뗐다. “제가 거절할 수 없다는 거 알잖아요.”

“넌 당연히 잘 해낼 거야.” 예이린의 음성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했다.

쉬쩌는 목이 메었다. 그는 통화가 끊길까 봐 허둥지둥하며 한 마디를 뱉었다. “할게요.”

예이린이 말했다. “충동적으로 결정 내리진 말고. 시간이 날 때 알려주면, 내가 시나리오 시놉시스와 인물 소개를 보내줄 거야. 다 보고 난 후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면 돼, 괜찮지?”

“……좋아요.”

전화를 끊은 후, 쉬쩌는 소파에 쓰러지듯 엎어졌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도로 휴대전화를 들고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 올해 3월에 촬영 들어가기로 한 영화 전부 정리해 주세요.”

“너 뭐라는 거야?!” 매니저의 놀란 목소리가 전화를 꿰뚫고 들려왔다. “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기회를 노리고 있는지 알긴 해? 이 감독이 뭘 따냈는지는 알고———”

“저도 알아요! 저는 그냥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 정리해주지 않으면 제가 안 가면 그만이에요!”

“……”

“미안해요.” 쉬쩌는 즉시 자신의 태도를 뉘우쳤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만신창이였고, 단지 낮은 목소리로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부탁할게요. 저 정말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

매니저는 침묵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 정말 어린애 성질이다.”

이는 승낙한 셈이었다.

쉬쩌는 휴대전화를 내려놨다. 곧이어 자신의 마음속에 뜻밖에도 한 가닥의 서글픔과 기쁜 마음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와 다시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벨소리는 뚝 끊겼다. 전화를 받지 않았기에, 밝았던 휴대전화 화면이 다시 까매졌다.

쉬쩌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휴대전화를 들었고, 망설이다가 부재중이 걸려온 번호로 통화를 걸었다.

통화는 곧바로 연결되었다. 예이린의 음성은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온화했다. “여보세요, 샤오쉬?”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어둬서, 못 들었어요.” 쉬쩌는 설명했다.

“괜찮아. 그것보다 너 지금 바쁘려나,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안 바빠요. 말씀하세요.”

“그게 말이야, 내가 이번에 범죄 소재를 다룬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네게 잘 어울리는 배역이 있거든. 다만 이번에는 서브 남주 역이야. 6월쯤에 촬영 들어갈 예정이고, 촬영 주기는 두 달 정도 소요될 것 같은데, 스케줄 괜찮을까?”

또 이런 식이다.

그러나 일을 제외하면 그들 사이에 무슨 더 많은 관련이 있을까?

쉬쩌는 심호흡한 뒤, 이를 악물고 답했다. “죄송합니다만, 스케줄이 있어요.”

전화 너머의 사람은 웃었다. 쉬쩌는 그 속에 일말의 안도감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란 의심이 들었다. 예이린이 말했다. “그래, 알겠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럼 더 방해 안 할게. 네가 순조롭길 바라.”

“당신도 순조롭길 바라요.”

쉬쩌는 휴대전화를 들고 움직이지 않았다.

예이린은 10초 동안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그가 끊지는 않았지만 더는 할 말이 없는 것 같자 자발적으로 통화를 끝냈다.

쉬쩌는 손을 폈다.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침대 위로 쓰러지듯 엎어졌다. 그는 베개에 얼굴을 깊이 파묻어가며 참아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끝내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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